세탁기·태양광 美세이프가드 파장은?

입력 2018-01-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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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세탁기 수출 반토막 우려… 다음 표적은 '냉장고' 관측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 세탁기 섹션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제품.(오예린 기자 yerin2837@)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 세탁기 섹션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제품.(오예린 기자 yerin2837@)
23일(한국시간)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이 내려지면서 국내 가전 및 태양광 업계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약 2주일가량 빨리 세이프가드 발동을 내린 데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며 “청소기, 냉장고, 반도체 등 다른 제품으로 압박을 높여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한화큐셀 등 국내 수출 업체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무역장벽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서 연간 약 300만대의 세탁기를 판매하고 있어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ITC에 따르면 120만대를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산 세탁기 수입 물량이 2016년 대비 절반 아래로 감소하고 가격은 거의 3분의 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며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 노동자에게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지역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앞당기고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통해 세이프가드 위기에 대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가전 공장에서 출하식을 진행했다. 애초 올해 1분기 말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 가드 조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완공을 2개월여 앞당긴 것이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 가동 시점을 내년 초에서 올 4분기에 앞당길 예정이다.

또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판매를 확대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탁기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들이 선택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유통 및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정부의 다음 표적은 냉장고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월풀은 지난 2011년 4월 ITC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했지만, 모두 ‘혐의 없음’으로 기각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를 등에 업은 월풀이 냉장고 건을 다시 제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바마 정부에선 냉장고 반덤핑이 무혐의로 판정 났지만 트럼프 정부는 노골적으로 월풀 편을 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태양광 업체 역시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로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은 한화큐셀ㆍLG전자ㆍ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이 미국에 태양광 전지와 모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 태양광 수출 비중에서 한국은 15.6%로 말레이시아(29.5%)와 중국(18%)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한화큐셀의 경우 전체 생산 물량의 30%를 미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실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화큐셀의 2016년 매출액 24억2593만 달러 중 35% 정도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30%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미국 시장에 팔 건 팔고, 나머지 물량은 다른 시장에 파는 등 시장 다변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자국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이프가드 조치로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갖춘 한국 제품의 가격 상승을 끌어낸다는 게 이유다. 미국 태양열산업협회는 “저렴한 수입산 태양광 패널의 구매자는 미국”이라며 “관세 부과가 오히려 미국 에너지 산업에 어려움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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