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구조조정실 리더가 사라진 이유는

입력 2018-01-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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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 사활을 걸었던 산업은행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지난달 사임한 정용석 전 부행장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기업구조조정1실장 역시 최소 수개월간 대행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임박한 대우건설 매각은 물론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역시 이러한 분위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22일 직원 인사를 실시했으나 기업구조조정1실장에 아무도 임명하지 않았다. 기업구조조정1실은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현대상선 등 굵직한 기업들을 담당해 온 중요 부서다. 지난달 김석균 전 실장이 금호타이어 태스크포스(TF)로 발령이 난 후부터 실장 자리가 공석 상태다. 김 전 실장은 이달 초 사표를 내고 산은을 떠난 상황이지만 이날 인사에서 후임자 인사는 없었다.

 구조조정1실 내 또 다른 부장직급인 조선·해운지원단장도 임명하지 않았다. 기존에 조선해운지원단을 맡던 강병호 단장은 구조조정2실장을 맡았다. 조선·해운지원단은 구조조정1실 내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STX조선해양 등을 관리해 왔다. 이들 기업과 관련한 이슈가 첨예하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관리직급을 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구조조정 부문에서 최대한 힘을 빼고자 하는 산은의 이러한 분위기는 전날 인사는 물론 이미 진행 중인 구조조정 업무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초 유병수 금호타이어 TF 팀장(부장급)이 새롭게 구조조정1실장을 맡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TF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수개월 이상 구조조정 실무 총책의 자리를 비워두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금호타이어 매각 또는 외부자본 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TF를 총괄하는 이대현 수석부행장은 매일 회의를 직접 챙기며 일 단위로 보고를 받고 있다.

 18일 금호타이어 채권단 실무회의에서 단기간 채권 만기만 연장하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책이 나온 것 역시 이 문제를 시급하게 종결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 채권 만기 연장을 할 경우 3년 또는 5년의 기한을 더 주지만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1년이라는 한시적인 연장안을 발표했다. 중국 공장의 부실이 누적되는 상황이지만 출자전환이나 감자 등 추가 자금 투입 방안도 당장 내놓지 않았다.

 대우건설 매각 역시 이러한 ‘정리’ 기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는 호반건설이 약 1조6000억 원을 인수가로 제시하며 단독 입찰했다. 당초 산은이 예상하던 가격대보다 낮고 호반 측이 3년간 사실상 공동경영 조건까지 내걸었지만 산은이 매각 자체를 엎을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산은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문제가 연내 빠르게 해결된다면 다시 구조조정 부문을 기업금융 부문 산하로 격하해 국책은행 주도 구조조정에서 힘을 빼는 조직개편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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