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초로 철광석 선물 가격을 직접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국내 시장에 상장된다. 철광석 가격이 상승랠리를 거듭하면서 국내 투자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오는 25일 싱가포르거래소(SGX)에 상장돼 있는 철광석 선물 가격을 정방향(1배)과 인버스(-1배) 형태로 추정하는 원자재 ETN 2종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인버스 ETN은 리스크 헷지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께 상장됐다.
당초 철광석 가격랠리에 베팅할 수 있는 상장지수상품(ETP) 라인업은 한정적이었다. 국내 시장에는 글로벌 철광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ETP 상품이 전무했다. 세계 시장으로 범주를 넓혀도 미국 자산운용사인 반에크어소시에이츠가 운용하는 ‘벡터스스틸 상장지수펀드(ETF)’ 등 글로벌 철광기업들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한정됐다.
희귀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통상 6개월 정도 걸리는 ETN 상장 작업에도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앞서 대신증권은 작년 1월 ‘대신철광석선물 ETN’ 상품 지수 개발에 착수했으나 도중에 착수한 ‘대신아연선물 ETN’과 ‘대신니켈선물 ETN’을 먼저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없던 상품인 만큼 SGX와 기초지수 개발 단계부터 지수 검증 작업을 꼼꼼히 거쳐야 했다”며 “또 리스크관리 부서 등 내부 검수 작업도 오래 걸려 상품 최종 출시까지 약 1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이번 ETN 상품의 추정 수익률은 높은 편이다. 지난 17일 기준 기초자산인 ‘SGX 철광석 선물 지수(1배)’의 과거 3개월 수익률을 추정한 결과 19.99%로 나왔다. 6개월(18.23%), 1년(10.03%), 3년(185.14%) 등 기간을 늘렸을 경우 상승 폭이 더 컸다. 최근 2~3년간 철광석 가격 상승랠리가 지속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철광석 가격이 횡보세를 보이나 장기적 관점에선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철광석 가격의 경우 중국 이슈 영향이 큰데, 철광석 수요의 50%를 담당하는 부동산 쪽에서 경기가 반등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철광석) 시장 전망도 밝아졌다”며 “현재 철광석 가격은 전고점(75달러) 수준을 넘어선 상태지만 이 같은 시장 흐름이 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자재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전용 ETN 상품으로서 가지는 한계도 존재한다. 김광래 연구원은 “기존 원유 ETN의 경우 롤코스트가 반영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현재 시장가가 상승할 때 선물가격 상승 폭이 그에 못 미치는 부분 등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ETN 상품 수요도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신증권은 상반기 동안 비철금속 ETN 상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충해나갈 방침이다. 앞서 대신증권은 작년 8월부터 9월까지 아연 선물 가격과 니켈 선물 가격을 각각 정방향, 인버스, 레버리지 형태로 추종하는 ETN 상품 6종을 시장에 선보였다.
한편, 이에 따라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ETN 종목수도 상장일 기준 191종목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중 금속 ETN 상품은 16종목에 달할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목표치 등을 따로 정해두고 있지는 않고 좋은 상품을 상장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원자재 ETN 상품 상장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