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코스닥 1000’이 쉬울까…3가지 문제 선결해야

입력 2018-01-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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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최근 코스닥지수가 900선을 터치하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16년 만에 반가운 소식을 들려준 것은 물론, ‘1000시대’ 개막의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럴수록 ‘천진난만한 기대’보다는 ‘신중한 관망의 자세’가 필요한 법이다.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코스닥지수 역시 900 터치 이후 며칠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숨 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코스닥에 대한 낙관론보다는 신중론을 주장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90%에 달하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기관, 외국인 투자자와 함께 고르게 분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는 기관투자자 유인책으로 통합 벤치마크 지수(KRX 300) 개발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이 역시 실효성 여부는 지켜봐야 할 일이며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보여주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이번에 야심 차게 내놓은 ‘KRX 300’ 정착을 위한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자료에 ‘연기금에 KRX 300을 벤치마크 지수로 권고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고, 관련 선물·옵션 개발 등 적극적인 지원책 시점도 특정되지 않아 지수 정착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코스닥 150지수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특히 통합지수를 활용한 다양한 코스닥 ETF, 지수선물, 옵션상장 등의 상품 개발이 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국내 증권사, 운용사들이 KRX 300과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장지수증권(ETN) 상품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코스닥시장이 기술주 중심 시장이라는 편견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잠재력 있는 종목들이 골고루 분포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으로 볼 때,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를 비롯한 바이오 중심의 편중 현상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가총액 42조 원 규모인 셀트리온이 빠질 경우 코스닥 지수는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에 대비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건실한 기업들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의 코스닥에 대한 관심도 현재보다 한층 더 요구된다. 오랜 기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보고서 대부분은 코스피 종목들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면서 코스닥 종목들은 소외됐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코스피 관련 보고서 수는 1만3000여 건을 넘었지만, 코스닥 종목 보고서는 3분의 1 수준인 5000건이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나오는 코스닥 종목 리포트 역시 일부 대형 바이오 종목에 집중되어 있었다.

코스닥시장의 역사는 20년으로, 한국의 자본시장 역사 60년에 비하면 매우 짧은 게 사실이다. 이 기간 정부는 코스닥시장을 코스피시장 못지않게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수차례 내놨지만, 별다른 실효를 얻지 못했다. 화려한 외형보다는, 꽉 짜인 철골처럼 기본 구조가 탄탄한 내실 위주의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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