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평창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작’...중재 변호사단 꾸린 윤병철 변호사

입력 2018-01-25 10:00 수정 2018-01-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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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법률사무소 윤병철 변호사. 윤 변호사는 지난 22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상사 중재는 경제면에 나오는데 스포츠 중재는 스포츠면에 나오니 훨씬 많은 사람들이 중재란 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다”라며 중재 변호사단이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여하면서 스포츠 중재가 사회 일반에 널리 퍼지길 기대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앤장 법률사무소 윤병철 변호사. 윤 변호사는 지난 22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상사 중재는 경제면에 나오는데 스포츠 중재는 스포츠면에 나오니 훨씬 많은 사람들이 중재란 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다”라며 중재 변호사단이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여하면서 스포츠 중재가 사회 일반에 널리 퍼지길 기대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경기 후반 33분께 한 선수가 상대 선수와 부딪친 후 자신의 치아를 감싸며 괴로워했다. 이 장면 속 반칙을 당한 것처럼 억울해하던 선수는 알고 보니 상대 선수의 왼쪽 어깨를 깨문 가해자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스는 이탈리아 수비수 키엘리니의 어깨를 깨무는 괴이한 반칙을 저질렀다. FIFA는 수아레스에게 A매치 9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 스위스프랑, 4개월간 활동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수아레스는 FIFA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는 수아레스 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아레스와 키엘리니의 사례처럼 스포츠 경기 속 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분쟁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다.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 올림픽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인 최초로 싱가포르 중재원 이사로 선임됐고, 국제중재실무회의 회장과 서울국제중재센터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윤병철(56·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원만히 치르는 데 일찌감치 손을 보탰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 활동할 중재 변호사단을 꾸려 달라는 CAS의 요청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가 중재 변호사 35명을 선발하도록 한 것이다. 정위원 20명과 예비위원 15명으로 구성된 중재 변호사단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쟁을 중재하는 대리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쟁은 무엇일까. 윤 변호사는 “전체 사건의 3분의 2가 도핑 등 징계, 나머지 3분의 1이 오심에 대한 불복”이라고 말한다. 올림픽 기간 발생하는 도핑 문제는 징계의 수위를 두고 중재한다. 선수 자격 박탈, 출전 금지 등 중징계가 내려진 경우 대리인은 약물을 복용하게 된 경위를 설명해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오심에 대한 불복은 중재를 신청하는 시기가 중요하다. 윤 변호사는 “심판의 실수 등으로 발생한 일반적인 오심은 경기 중 제소해야 한다”며 "가령 심판이 뇌물을 받고 오심한 경우엔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제소해도 판정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오심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윤 변호사에 따르면 경기가 끝난 후 뒤늦게 중재에 나서면 판정이 뒤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태영(38) 전 국가대표 기계체조 선수의 사례는 그 희박한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줬다. 2004년 아테네 하계 올림픽에서 당시 기계체조 부문 심판이 양 전 선수의 10점짜리 출발점수를 9.9점으로 잘못 채점해 순위가 뒤집혔다. 양 전 선수는 뒤늦게 오심을 확인하고 판정에 항의했지만 이미 시상식까지 치러진 뒤였다. 이 사건은 CAS로 넘겨져 두 달 넘게 심리를 받았지만 CAS는 제소 시기가 늦었다며 판정을 바로잡지 않았다.

윤 변호사는 “양태영 선수처럼 심판이 단순히 더하기를 잘못해서 순위가 바뀌는 억울한 사정이 있다고 해도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까지 치러진 뒤엔 (순위를) 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올림픽 기간 내 이뤄지는 중재는 제소하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중재를 마무리하는 시한도 중요하다. 스포츠 중재는 일반적으로 상사 중재보다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특징이 있지만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 내 일어나는 분쟁은 그보다 더 짧은 기한, 14일 내 중재를 마쳐야 한다. 대신 일반적인 스포츠 중재의 경우 심리를 받기 위해 CAS 본부가 있는 스위스까지 가야 하지만 이번 동계 올림픽 관련 중재는 한국에 설치된 CAS 임시재판소에서 심리 받을 수 있다.

심판의 판정을 되짚어보는, 오심에 대한 불복을 중재하기 위해선 스포츠 규칙을 익혀야 한다. 윤 변호사는 “스포츠 경기 규칙을 미리 숙지하는 건 아니고 사건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스포츠 규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양태영 선수 사건의 중재 대리를 맡았는데 당시 심리를 도왔던 윤 변호사는 “양태영 선수 사건 때도 도마 종목에서 특정 동작이 어디에 해당하고 몇 점을 받는지, 경기 방식이나 동작 효과를 공부해서 변론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1월 중재 변호사단이 올림픽 경기 중재 절차를 익힐 수 있도록 CAS의 지원 아래 세미나를 열었다. 윤 변호사는 “빠른 시간 내 (중재 사건을) 처리해야 해서 CAS의 중재 절차에 익숙해지기 위해 (세미나를 열었다)”며 “(중재 사건이 들어오면) 답변서는 며칠 이내 내야하고 중재 판정은 어떻게 절차를 진행하는지 등 기본적인 것들을 교육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 두 번째 세미나를 열어 중재 규칙과 분쟁이 잦은 사건의 판례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윤 변호사는 중재 변호사단이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여하면서 스포츠 중재가 사회 일반에 널리 퍼지길 기대했다. “스포츠 중재라고 하면 아! 이용대, 양태영 이런 사건에서 중재가 활용되는 구나 정도 생각하는데 이번 중재 변호사단의 올림픽 참여가 중재 제도의 인식을 높이는 데 아주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사 중재는 보통 경제면에 실리지만 스포츠 중재는 스포츠면에 나오니 훨씬 많은 사람들이 중재란 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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