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코리아 승승장구 언제까지

입력 2018-01-25 09:18 수정 2018-01-2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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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은 통상 4~5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cycle)’을 그린다. 2016년 말부터 시작된 4차 산업혁명발(發) ‘반도체 수퍼 호황’이 지난해 말까지 이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도 반도체 슈퍼 호황이 이어질 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린다.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업황 하락 관측이 늘고 있는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독과점인 시장 상황과 중국과의 기술 격차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올해까지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는 ‘곧 반도체 공급 과잉이 올 것’이라고 전망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올해부터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4%로 낮아진 뒤 2019년부터 더 축소될 것이다”고 밝혔다. 또 가트너는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작년 매출 기준)로 올라선 것에 대해 “말 그대로 사상누각(built on sand)”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선두를 오래 지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매출이 58% 오르며 성장했지만 2022년까지 성장세가 수그러들며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5%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체 고점 논란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중심에 있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물량 공세를 펴기 시작하면 가격이 가격이 내려갈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주요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생산을 늘려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고 봤다. 칭화유니그룹(3D 낸드플래시),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D램), 허페이창신(D램) 등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은 올 연말부터 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올해는 우려만큼 반도체 성장률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 업체들의 제품이 쏟아지면 삼성과 SK하이닉스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도 국내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 부품을 주로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다. 최근 KB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은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000원 중반대로 조정했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원화 가치가 100원 가까이 상승하는 셈이다.

슈퍼호황이 끝나도 과거 호황기 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것과 같은 부침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빅데이터, AI, IoT, 클라우드 등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다량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향후 자율주행차 보급에 따른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후좌우로 카메라를 갖춘 자율주행차는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성능 CPU는 물론, 1대당 1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 저장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와 생산량 확대,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후발주자를 견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 수요와 공급이 역전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이를 견디지 못하는 업체는 경쟁에서 떨어져 나간다. 2000년대 초 20개가 넘던 세계 D램 업체들이 수차례의 치킨게임을 거치면서 삼성ㆍ하이닉스ㆍ마이크론 등 3곳으로 재편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업체들까지 견제하는 모양새다. 기술 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일 세계 최초 제품을 양산하며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이고 있다.

송영록 기자 syr@ 오예린 기자 yerin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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