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슈퍼파워’ 인도로 가는 길] 실리콘밸리 티켓도 결국 신분順

입력 2018-01-2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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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취업비자 얻으려면 대학 졸업장 필요… 교육수준 낮은 하층계급엔 ‘별따기’

 ‘아메리칸 드림’이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인도의 정보·기술(IT) 엘리트들이다. 현지 주요 기업의 요직은 인도 출신 인재들이 장악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도 인도 출신이 주도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 출신 인재들이 성공하는 이유로 유창한 영어 실력과 뛰어난 수학 능력 등 높은 교육 수준을 언급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 뒤에는 카스트 제도가 숨어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인도인의 성공 뒤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 드림만으로는 미국 국경을 넘을 수 없어서다. 미국에서 일할 기회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얻는데 이 비자를 받으려면 대학 학위가 필요하다. 평균 교육 수준이 낮은 인도에서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학업 경쟁뿐만 아니라 카스트(계급)를 넘어야 한다. 재정적 지원과 인적 자본을 결정짓는 카스트라는 필터를 통과해야 실리콘밸리에 발을 디딜 수 있다.

 대표적 인도 출신 IT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카스트 제도의 정점에 있는 ‘브라만’에 속한다.

 피차이 CEO는 인도 남부 도시 첸나이 출신으로 명문 인도공과대학(IIT)을 졸업한 후 1993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했으며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후 2004년 구글에 합류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기 기술자로 살림이 넉넉하진 않았으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고 미국 유학 비용을 대출받는 등 피차이가 재정적 어려움 없이 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구글에서 피차이 CEO는 웹 브라우저 ‘크롬’ 개발에 참여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구글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구글 CEO 자리에 올랐다.

 나델라 CEO 또한 인도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향했다. 그는 하이데라바드에서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인도 마니팔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위스콘신-밀워키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시카고대학 MBA 학위를 취득한 나델라는 1992년부터 MS에서 근무를 시작, 2014년 MS의 CEO에 취임했다. 그는 MS에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을 제안한 사람 중 하나다.

 실리콘밸리의 인도인들은 자국의 신분 제도에 구애받지 않는다. 오히려 카스트 제도의 틀을 깨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계급에 관계없이 결속력을 다진다. 비벡 와드하 미국 싱귤래리티대학 교수는 “인도계 미국인들은 카스트와 종교, 지역에 상관없이 서로 돕고 있다”면서 “자신이 먼저 장애물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따르도록 도와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을 극복하고 서로 돕는 이곳의 움직임이 인도 현지에 큰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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