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어 달쏭사] 천도(天道)와 세정(世情)

입력 2018-01-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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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도(天道)는 하늘의 도, 즉 자연의 이치라는 뜻이고, 세정(世情)은 세상을 사는 사람의 정이라는 뜻이다. 정권을 잡기 위해 아버지 세종에게 충성을 다했던 충신들을 무참히 죽이고 조카인 단종마저도 폐위했다가 결국은 사약을 내려 죽게 한 세조의 비정하고 포악한 행태를 보면서 세상을 등지고 방랑으로 일관한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선생은 천도와 세정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잠깐 갰다가 다시 잠깐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리다가 다시 맑게 개네. 하늘의 이치도 이와 같거늘 하물며 사람 사는 세상의 인정에 있어서랴!(乍晴乍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시에 사용된 비교적 어려운 글자는 각각 ‘잠깐 사(乍)’, ‘갤 청(晴)’, ‘도리어 환(還)’, ‘오히려 유(猶)’, ‘그러할 연(然)’, ‘하물며 황(況)’이라고 훈독한다.

 김시습 선생은 표면적으로는 하늘도 변덕스러우니 사람이 좀 변덕스러운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속뜻은 그게 아니다. 하도 변화가 심한 사람의 교활한 심리를 보면서 안타까운 나머지 ‘하기야 하늘도 변덕스러운데 뭘’ 하면서 체념을 하고 있다. 마치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 환경에 대한 묘사인 것 같다.

 어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에게 온갖 충성을 다 바치는 양 했던 사람들이 이제 제 살길을 찾아 전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하려 들고, 어제 서로 이념과 정론상의 갈등을 빚던 사람들이 한데 뭉쳐 하나의 당이 되기도 하였다. 참 변덕이 심하다. 대의를 모른 체하며 말꼬리만 잡는 일이 허다하고 불리하다 싶으면 말 바꾸기도 참 잘 한다. 일관성이 있는 진실보다는 반짝이는 임기응변이 더 높이 평가받는 분위기이다.

 하기야 하늘도 비가 오다 개다를 반복하며 변덕을 부리는 걸 뭐. 쯧쯧. 또다시 ‘세상 다 그런 거지 뭐’라는 말로 체념 아닌 체념, 포기 아닌 포기를 해야 하는가! 죄를 지은 사람이 죄를 인정하지 않으니 세상이 이처럼 혼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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