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모건스탠리의 경고…대주주 과세 확대하면 외인 정말 떠날까

입력 2018-01-25 10:54 수정 2018-01-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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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과세 대상은 미미…‘얼마나’ 부과하는가보다 ‘어떻게’ 부과되는지가 중요

국내 주식시장이 7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시행령 후속 개정안’에 크게 요동쳤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외국인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팔 때 매각 시점으로부터 과거 5년간 한 번이라도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적이 있으면 매각금액의 11% 또는 매각차익의 22% 중 낮은 금액을 세금(지방소득세 포함)으로 내야 한다. 요약하자면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외국인 대주주의 범위를 현행보다 크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금 부담이 늘게 돼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내국인과의 조세 형평성에 맞춰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외국인 대주주의 양도소득 과세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자, 투자자들로서는 글로벌 투자은행과 정부 중 어느 쪽을 신뢰해야 할지 혼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궁금증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영향력 얼마나 되길래 =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액은 635조9000억 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2.9%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만 살펴봐도 8개 종목 외국인의 지분비율이 40%를 넘는다. 오늘날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입은 개별 기업의 주가뿐 아니라 국내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

이와 관련, 이달 19일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은 세법 개정안이 추종자금 약 1조6000억 달러(약 1712조 원) 규모인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시장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고, MSCI 한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를 복제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MSCI 발표 이후 시장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난무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다음 거래일인 22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선물 1조1639억 원, 현물(코스피) 1765억 원을 팔아 치웠고 삼성전자가 직전 거래일 대비 2.19% 떨어지는 등 개별 기업의 주가도 요동쳤다. 여기에 블랙록, 피델리티, 뱅가드 등 해외 대형 자산운용사가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단기간에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궁금증② 외국인 과세 강화가 자본 이탈로 이어질까 =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 판단하면 이번 이슈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근거는 정부가 세법시행령에 붙여 둔 단서 조항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조세조약상 과세대상 제한이 없거나 조세조약이 없는 경우에만 과세가 가능하다. 올해 1월 기준 한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한 국가는 93개국이며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국과는 모두 조세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 케이만아일랜드 등과 같은 일부 국가에만 개정안이 적용되는데, 이들 국가의 투자금액은 외국인 전체 투자금액의 10%에 불과하다.

실제 현재까지 시장의 흐름을 봐도 외국인 과세 강화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의 충격은 단기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22일 하루에 1조1639억 원의 선물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바로 다음 날 9434억 원을 다시 사들였고,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도 하루 만에 각각 2162억 원, 1017억 원씩 순매수했다. 조세조약 미체결 국가의 투자자가 대주주인 곳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넷마블게임즈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돼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은 없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궁금증③ 주식시장 영향 미미하다면 문제없는 것 아닌가 = 단기적으로는 이번 이슈가 ‘해프닝’에 그쳤지만 아직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현 거래 시스템에서 세법 절차를 따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과거 5년 동안 한 번이라도 5% 넘게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없는지 △취득가액은 얼마인지 등 원천징수를 위한 핵심 정보를 알 수 없다.

다시 말해, 실제 과세를 할 때 투자자가 수익을 냈는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매각 금액의 11%를 무조건 원천징수한 뒤, 면제 대상인 투자자는 국세청에 직접 환급을 신청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약 1억 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면 손해를 봤더라도 일단 11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가 번거로워지는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이번 세법 개정안 시행령에 대해 “시장 접근성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사용하는 ‘효율성 지표’를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마크 오스틴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대표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과세 범위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면 증권사에 투자자 지분율과 취득 원가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앙 정보 인프라’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 경우 거래 시스템을 완전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그때까지 개정안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궁금증④ 다른 나라는 외국인 투자자 어떻게 과세하나? =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들과의 편차가 발생한다는 점도 금융투자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 중국, 홍콩 등 주요국은 외국인이 매각하는 보유 주식에 양도세를 물리지 않는다. 일본과 캐나다는 과세를 하고 있지만 지분을 25% 이상 보유했을 때만 부과한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과세 기준에 해당하는 투자자가 자진 신고하도록 돼 있다.

세법개정안 후속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이달 말 종료된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다음 달 초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대해 ‘얼마나’ 세금을 부과하는가보다는 ‘어떻게’ 부과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된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변경된 과세 방안이 외국인의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시장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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