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40분까지 본관 충무실에서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청년고용 현황 및 구조적인 애로 요인, 향후 청년 일자리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종합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 할 만큼 매우 시급한 상황임을 여러 번 강조해 왔다”며 “그런데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그리고 또 정부 각 부처가 그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가 않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민간과 시장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랫동안 실패해 왔고 정부의 대책도 충분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지금 정부 각 부처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문 대통령은 “그런 고정관념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더 과감하게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거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부처 군기 잡기에 나선 이유는 그동안 일자리 정부를 외치며 관련 대책 마련과 정책을 내놓았지만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녹이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도 22.7%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 최저임금 TF(태스크포스)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정책자금 홍보와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는데 여기서 일자리 정책이 세밀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쏟아진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정책대상 및 목표 중첩, 비효율적 예산배분, 사업간 연계부족 등으로 인해 청년 일자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했다”며 “향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과 정책에 대한 역량 집중, 단계별·유형별 맞춤형 대책 마련,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독일·일본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낮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교육훈련체계, 내수중심 경기회복 등에 따라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극복한 사례를 소개했다.
류장수 부경대 교수는 “청년과의 소통채널 구축과 청년 일자리 사업의 정밀평가를 통한 재구조화 등 청년 일자리 대책 형성과정의 내실화가 중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과제와 함께 현재 직면한 어려움이 매우 심각한 만큼 특단의 한시적 대책도 병행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 참석자들 가운데 대학생 이재은 씨는 “창업과 해외취업을 위한 정책지원도 중요하지만 창업과 해외취업 전후를 대비한 청년고용서비스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한민 청년소사이어티대표도 “일자리정책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잘 담기지 않고, 저출산·4차 산업혁명·주거정책 등은 모두 청년이 주체이니 청년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도 정부와 빠르게 변화하는 민간의 속도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 가업승계를 위한 기회를 늘려달라는 제안과 정책 대부분이 대학생 위주여서 고등학교 졸업자에 대한 정책은 배제된 것 같다는 특성화고 학생의 제안도 있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속 가능한 일자리대책이 기본이지만 단기적으로 고용절벽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상하고 과감한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토론에서 나왔던 제안들은 2월에 마련될 각 부처의 계획에 충실히 반영하라”며 “각 부처는 청년 일자리가 고용노동부나 경제부처만의 일이라 여기지 말고 각 부처와 대통령 직속 위원회 모두 차원에서의 대책을 꼼꼼하게 세우고 모아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