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8년 만 최악 성적표… 통상임금 1조 직격탄

입력 2018-01-26 10:09 수정 2018-01-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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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금감원 전자공시)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

 현대자동차그룹이 2017년 최악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기아자동차는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충당금 반영 여파로 수익이 급감했고, 이는 도미노처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25일 기아차는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3%나 줄어든 672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지만, 1조원에 달하는 통상임금 비용 충당금을 쌓으면서 수익성이 8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조57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이날 함께 실적 발표를 한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도 2조382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29.8% 급감했다. 매출은 35조144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보다 8.1% 줄었다.

 결국 통상임금 파장이 현대차그룹 전체 수익을 악화시킨 셈이다.

 기아차의 수익이 악화될 경우, 현대차도 지분율에 따라 기아차로부터 받는 수익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대차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에게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끼친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패소로 커진 충당금 부담으로 매출 원가가 전년 대비 5.5% 늘었고, 이에 따라 매출 원가율(83.3%)도 3.1%p 올랐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영업이익이 70% 이상 급감하면서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1.2%)은 3.5%나 떨어졌다. 역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1조원 가량의 비용(충당금) 반영 여파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는 양적성장 전략의 실패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전년보다 높은 판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재고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할인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수익성은 낮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플릿 판매의 비중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9%, 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최저인 4.7%, 1.2%까지 떨어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플릿 판매의 비중을 14%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에서 현대차의 플릿 판매의 비중은 2016년 26%, 지난해 21%에 달했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향후에도 미국 시장의 판매 여건은 수요 약세 지속과 경쟁 심화로 녹록지 않을 전망”이라며 “재고 안정화와 내실 경영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는 동시에 2020년까지 8개 차종의 SUV를 출시, 그동안 부족했던 SUV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단협이 해를 넘긴 데 대한 문책성 인사도 단행됐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울산공장 공장장을 하언태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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