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 할 만큼 매우 시급한 상황임을 여러 번 강조해 왔다”며 “그런데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그리고 또 정부 각 부처가 그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가 않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민간과 시장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랫동안 실패해 왔고 정부의 대책도 충분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지금 정부 각 부처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성토했다.
이같이 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관련 부처들을 모아놓고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질책한 것은 그동안 일자리 정부를 외치며 관련 대책 마련과 정책을 내놓았지만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보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문 대통령의 주 지지층인 20~30대의 이탈이 두드러진 점도 한몫했다. 향후 청년층 맞춤형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들 지지층의 이탈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에 자칫 국정 동력을 잃을 수 있는 위기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년실업률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내놓은 청년 일자리 확충 ‘3대 청년 패키지’인 ‘중소기업 추가고용 장려금제’,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촉진수당 모두 지지부진해 오히려 지원 목표를 달성 못 해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들 정책은 그동안 청년들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문 대통령의 강한 질책으로 일자리 관련 부처 장관들은 당장 획기적인 청년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기엔 한계가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공공 일자리를 늘리기엔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야당의 거센 반대 속에 관철시킨 추가경정예산과 올해 예산안 이외에 재원 마련이 어려워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민간기업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날 문 대통령이 민간과 시장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각 부처는 다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제시한 △단기적으로는 공공형 일자리 창출, 해외일자리 발굴, 청년창업 지원 △중기적으로는 대학진학 연령·대입방법의 다원화 등에서 그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