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저임금은 잘못이 없지만...

입력 2018-01-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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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산업2부장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불과 한 달여 사이에 이를 둘러싼 갈등과 부작용이 만만찮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 청와대 참모들까지 현장으로 뛰어가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일자리안정자금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K비즈 CEO혁신포럼’에서 “도시 가구 4인 가족의 최저생계비가 181만 원인데,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 원 정도”라며 우리나라에서 과연 157만 원으로 살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저임금 비율이 24.5%로 저임금 늪에 빠져 있다. 인간다운 최적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현실은 이상과 크게 다르다.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것도,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것도 다 내가 먼저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다. 수년째 계속된 경기불황, 부정청탁금지법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까지 덮친 우리 내수 시장의 현실은 최근의 북극 한파만큼이나 얼어붙어 있다. 최근의 갈등과 후폭풍을 지켜보면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도 그 수혜자들이 과연 이를 소비로 선순환시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새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생활물가 인상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해(1.9%)보다 0.2%포인트 떨어진 1.7%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채 2%가 되지 않는 디플레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겠지만 소비자들도 이를 감내하고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계와 직결된 식탁물가가 저물가라는 점에 동의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 마트나 슈퍼에 가서 1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몇 개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올겨울 최강 한파를 비롯해 지난해 여름 살인적인 더위와 가뭄 등 국내 기후 환경이 갈수록 극단적으로 바뀌면서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과 농축수산물은 걸핏하면 급등세를 보여 서민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실제 최저임금발 물가 인상도 현실화되고 있다. 햄버거, 부대찌개, 설렁탕, 커피전문점 등 외식 업계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된 1월 급여가 본격적으로 지급되는 2월 이후부터 인건비 부담이 체감되면 이 같은 움직임이 전 경제계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대부분의 식탁물가가 오르고 외식물가까지 오르면 소득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서민 생활은 별반 나아질 게 없다.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이 그만큼 줄어들어 서민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다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청년 실업률 등 최악의 실업난에 최저임금 인상이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102만여 명)와 구직 단념자(48만여 명) 역시 최악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고용을 줄인 정황도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음식·숙박업 취업자가 2.1%(4만9000명) 줄면서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경비원이 포함된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역시 9000명(-0.7%)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최저임금 인상 자체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결국 이를 제대로 운용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경제 저성장 시대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로 작정했으면 그만큼 절차적인 합리성이 뒷받침돼야 했지만, 사회 전체적인 컨센서스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또 최저임금 인상의 최전방에 자영업자나 중소상공인들이 서 있음을 확인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밀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준비했어야 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선하라든가,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차등 적용을 하라든가, 혹은 기업 규모에 따라 시차를 두고 단계별로 도입하라는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이들과 머리를 맞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지속성을 높이는 답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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