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한 테이퍼링 공포…글로벌 채권 시장 요동

입력 2018-01-30 08:56 수정 2018-01-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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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공격적 긴축 우려 고조…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장중 4년 만에 2.7% 넘어

글로벌 채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과 증시 랠리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면서 채권 시장에 매도세가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최고 2.73%까지 올라 2014년 4월 이후 거의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글로벌 채권 시장의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되고 있다.

독일 국채인 분트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7bp(bp=0.01%포인트) 오른 0.69%를 기록했으며 5년물 분트 금리는 2015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영국 국채인 길트 5년물 금리는 1bp 상승한 1.45%로, 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글로벌 채권 가격을 종합한 FTSE올월드인덱스는 이날 0.6% 하락해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총 1270억 달러(약 136조 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글로벌 3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는 도널드 트럼프의 2016년 11월 미국 대선 승리 이후 최악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CB는 양적완화를 끝낼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BOJ는 올해 후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의 일부를 축소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그동안 중앙은행들은 시장에서 대규모로 채권 등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본격 긴축 노선으로 선회하면 채권 시장에서 큰손이 사라지는 만큼 투자자들이 받는 압박도 커지게 된다.

이런 채권 시장의 공포감은 1987년 이후 가장 좋은 출발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로도 번졌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증시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13.84로, 전 거래일 대비 25% 폭등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수석 글로벌 증권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당장 약세장에 진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조정을 겪을 위험이 있다”며 “시장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시장도 흔들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3년 만에 최저 수준에서 맴돌다가 이날 0.3% 상승 반전했다. 미국채 금리 급등에 투자자들이 달러화 매수에 나섰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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