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정부 “정당한 감시” 재계 “투자 간섭”

입력 2018-01-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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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 방안으로 주주 의결권을 강화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등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합병(M&A) 등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뜻을 가진 용어다.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 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모범 규준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다. 약 60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굴린다. 국내 주식 투자 규모도 127조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만 300여곳에 달한다. 10% 이상을 쥐고 있는 상장사도 75개사다. 또한 삼성전자의 1대주주이면서 SK, LG, 포스코, 현대자동차, 롯데 등 대기업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이런점 때문에 국민연금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기투자, M&A 등 중요한 사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영향력 확대를 가장 걱정하는 기업은 삼성과 현대차그룹이다. 삼성의 경우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그 어느 기업보다 잘 알고 있다. 2015년 7월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결정을 내렸다. 당시 캐스팅보트(casting vote·결정권)를 쥔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가 훼손된다는 비판에도 합병을 찬성하는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시너지 효과를 보고 합병에 찬성했다고 해명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특검 조사가 시작되면서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치적 외압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삼성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기업 내부 투자에 대한 기준을 도입해서 그 기준에 맞춰 자신들이 심사해서 ‘맞다’ 혹은 ‘맞지 않다’고 분류를 할 수 있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그 전 단계에서 성심성의껏 국민연금의 질문에 답변하고, 설득하는 일을 해야하겠지만, 그 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주주권익’과 ‘투명경영’을 강조하면서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주들로부터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 받아 선임하는 새로운 주주 친화 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그룹사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국내외 일반 주주들로부터 공모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이 결국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등 정부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주주친화 정책, 투명경영정책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발맞춰 회사 나름대로 할 수 있는걸 하고, 우리가 앞장서 나간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투자 간섭 우려에 대해서는 “기업이 국민연금의 의결권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대관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 대기업 대관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영향력 때문에 국민연금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인력 재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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