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진에어가 상장 초반 부진한 흐름을 털고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단기 여행객이 증가하고, 환율도 원화 강세가 점쳐지는 등 2018년 경영환경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상장 후 한동안 저조했던 주가 흐름도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올해 2분기 이후부터는 상승 흐름에 올라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국내 2위 저비용 항공사…증시 입성은 혹독한 신고식 =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최대주주 한진칼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LCC)로 11개국 36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선 점유율 11.7%, 국제선 6.3%을 점유하고 있어 국적 저비용 항공사 2위다.
현재 LCC업계는 제주항공이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진에어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증시 입성을 통해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게 된 것을 발판으로 점차 제주항공과의 격차를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증시에 입성한 진에어는 연말 IPO시장의 최대어로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상장 초기 주가 흐름은 썩 좋지 못했다. 진에어의 공모가는 3만1800원이었지만, 상장 첫날인 12월 8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9.28%나 떨어진 2만8850원에 그쳤고, 이후로도 최근까지 진에어의 주가는 한동안 2만 원대에서 횡보했다.
진에어의 혹독한 신고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었다. 상장 전부터 공모가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에어는 공모가를 정할 때 주가수익비율(PER) 13.0~15.4배를 적용했는데, 이는 최상단 기준으로 제주항공의 PER(13.7배)보다 높았다. 진에어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도 9540억 원으로,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의 당시 시가총액을 웃돌았다.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상장을 앞두고 우리사주조합 대상 청약이 이례적으로 대규모 미달(청약률 25.2%) 사태를 맞는 악재도 발생했다. 보호예수기간에 대한 확약 없이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가져가면서 상장 첫날부터 시장에 주식이 많이 풀리게 됐다. 마침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였던 점도 상장 초기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해 우호적인 경영환경… 증권업계 주가 전망은 ‘맑음’ = 진에어의 주가는 상장 이후 줄곧 공모가를 밑돌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진에어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진에어의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 1조315억 원, 영업이익 1105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예상 실적 대비 16.55%와 16.93%가 증가한 수치다. LCC 업계 성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창사 처음으로 매출 1조 원과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모두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다.
무엇보다 모회사(대한항공)의 후광 효과로 공격적인 영업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진에어의 최대 강점이다. 실제 진에어는 사업 초기부터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아 업계 내에서 입지를 빠르게 다질 수 있었다. 항공정비 부분에서는 대한항공의 정비 시스템을 공유해 비용을 절감하고, 노선 운영에 있어서는 공동 운항 협력을 통해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국내 LCC 가운데 유일하게 대형기를 운용해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는 점도 진에어의 차별화된 경쟁 요소다. 진에어는 2015년 중대형기 운용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4대의 항공기를 운용 중이다. 여기에 상장으로 유입된 현금으로 새 항공기를 추가로 확보하면 늘어나는 여행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에어는 올해 대형기 1대를 신규 도입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는 중대형기 B777을 현재의 2배가 넘는 8~9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 속에 주가도 차츰 상승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 2만6500원이었던 주가는 26일 기준 3만950원으로, 올 들어 16.79% 상승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형기 운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결국 단점보다는 장점이 부각할 것”이라면서 “현재의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적극적인 매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원화 강세로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되는 등 올해 시장 환경도 진에어에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1월 1100원 아래로 내려간 원·달러 환율은 26일 종가 기준으로 1063.90원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유류비용이 하락하는 등 항공사의 실적이 개선될 만한 요인이 늘어난다.
특히 올해는 짧은 연휴가 많아 단거리 노선에 강점이 있는 저비용 항공사가 대형 항공사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최장 10일에 달하던 황금연휴가 올해 달력에는 전무하다”며 “단기 여행객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