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류는 ‘옛날에 암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더라’며 놀랄 날이 올 겁니다. 하임바이오의 4세대 대사 항암제는 인류의 숙원인 암 정복을 위한 첫 비행이 될 것입니다.”
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산학관에서 만난 김홍렬 하임바이오 대표(60)는 “라이트 형제가 처음 36m를 비행했을 때, 당시 누구도 그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빌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대사 항암제는 항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달 만에 86억 투자 유치…내년 시판 및 상장” = 하임바이오는 4세대 대사 항암제 신약 ‘NYH817100’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고려대 산학관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각각 사무실과 실험실을 두고 있는 회사는 지난 연말 50억 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이달 36억 원을 추가 유치, 두 달 만에 누적 86억 원의 투자를 끌어모으면서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직원도 19명까지 늘어났다.
회사는 2016년 국립암센터와 세브란스병원과 공동 개발해 특허 등록한 뇌암·페암·위암에 이어 지난해 췌장암에 대한 ‘암 대사조절 항암제’ 원천 기술의 기술이전을 마쳤다. 같은 무렵 대사항암제 ‘NYH817100‘ 비임상에 돌입한 하임바이오는 현재 안전성평가연구소(KIT)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두 곳에서 한창 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연내 비임상이 완료되면 곧바로 뇌암과 췌장암 임상 1상에 돌입해 내년 2분기에 완료한 후, 3분기에 치료제 시판과 함께 2상 진입,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진행한다는 계획표를 짰다. 희귀암 치료제는 2상 중 시판이 가능한 점을 주목해 희귀암에 대한 임상 스케줄부터 재촉하기로 했다.
◇4세대 대사 항암제로 암 세포 ‘굶겨 죽이는’ 치료법 = 하임바이오가 개발 중인 대사 항암제 신약은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를 ‘굶겨서’ 사멸시키는 방식을 채택한다. 김 대표는 “사람들은 암세포를 어떻게 죽일 것이냐는 연구만 했지, 암이 어떻게 에너지를 얻느냐는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보급된 1~3세대 항암제는 치료 효과만큼 부작용이 많다. 2세대 표적 항암제는 치료를 지속할수록 돌연변이 세포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효과는 반감 된다. 3세대 면역 항암제는 특정 표적을 타깃팅해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 체계를 강화시킴으로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치료 효과가 일부 암에만 국한된다는 결정적 단점이 있고 여러 부작용을 수반한다.
하임바이오의 4세대 신약은 국립암센터 수석연구원인 김수열 박사(56)가 지난 2015년 최초로 발견해 이듬해 학계에 보고한 ‘암 세포 에너지 대사’ 연구 결과에 기초를 두고 있다. 김 박사는 암세포는 알콜분해효소(ALDH)를 이용해 세포질에서 전자전달물질(NADH)을 생성시켜 미토콘드리아로 보내고, 미토콘드리아에서 NADH는 OxPhos를 사용해 ATP(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ALDH가 NADH로 결합하지 못하게 하는 피임약 성분과 NADH가 ATP로 전환되지 못하게 하는 당뇨약 성분을 조합한 신약을 개발했다. 신약을 투여하면 암세포만 골라서 에너지 공급을 90% 이상 차단하며, 반복 투여하면 부작용 없이 암세포 사멸과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 “세계 최초 암 치료제 원천기술 보유국 도전” = 김홍렬 대표가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생화학 주임교수직을 그만두고 2015년 하임바이오의 문을 열었던 배경에는 이같이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는 “하임바이오의 대사 항암제 신약은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인 엔리브리움이나 MD앤더슨 암 센터, 하버드대 병원보다 약 5년 정도 앞선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며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암 치료제 원천기술 보유국이 된다”고 말했다.
“원천기술을 가졌다는 것은 가격을 싸게 책정해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뜻”이라는 그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존재 한다’는 것이 하임바이오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항암제가 있어도 비싸서 투여하지 못했던 환자들을 위해, 회사는 앞으로 신약이 시판돼도 결코 이들을 배제하는 비싼 가격에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