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연두교서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5월 이후 최대폭으로 주저앉았다. 경제 성장과 증시 활황을 최대 성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이 구겨지게 됐다.
다우지수는 30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1.4% 하락한 2만6076.89로 마감했다. S&P500지수가 1.1%, 나스닥지수가 0.9% 각각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장중 411포인트까지 빠지는 등 부진 끝에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내며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도 지난해 8월 이후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올 들어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이틀 연속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한국과 일본, 홍콩에서 독일 프랑스 영국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와 유럽증시에 일제히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그 불안이 뉴욕증시로도 확산됐다.
기업 실적 개선과 경기회복 속에 3대 지수는 새해 들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도 증시 강세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S&P500지수는 이달에만 무려 14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지난주까지 증시는 1987년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저조했던 인플레이션이 결국 회복해 중앙은행들이 더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글로벌 장기금리 급등 압박 속에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기 시작했다.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서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것이다. 장기금리의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의 2.69%에서 2.72%로 오르면서 거의 4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성명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연두교서에서 자신의 정책 덕에 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고 자랑하려던 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때 종종 트위터에 이를 올리면서 성과를 과시했다. 샘 스토벌 CFRA리서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며 “트럼프가 주가 하락에 관한 질문에 직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