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유럽기업들 “최저임금 걱정스럽다…점진 인상 바람직”

입력 2018-01-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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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노동의 대가는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점진적인 게 바람직합니다”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외국인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31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2017 주한유럽기업 비즈니스 환경조사’의 결과를 발표하고 유럽기업들이 느끼는 한국 시장의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61%는 한국에서의 사업환경이 악화됐다고 답변했다. 특히, 에너지/화학(50%), 금융서비스(50%), 서비스(40%) 분야는 타 산업 대비 낮은 수준의 만족도를 보였다. 주된 원인은 한국 시장의 인건비 상승과 저성장 기조 때문이었다. 86.1%의 기업 리더들이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고민을 표했다.

인건비는 향후 2년간 가장 큰 우려를 보이는 분야로,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7%에 그쳤다. 더욱이 올해 최저임금이 16.4%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왔다. 간담회에는 ECCK뿐 아니라 한독상공회의소, 주한프랑스상의, 네덜란드 상의, 유럽상의, 스위스상의 등 유럽국가의 상공회의소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크리스토프 하이더 ECCK 총장은 한국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공정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데 동의하지만, 점진적인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노동 복지에 관대한 유럽 기업 풍토를 감안할 때 이례적인 발언이다.

또한, 정부 규제에 대해선 “아무 개혁이나 변화가 없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도 “한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복잡하고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는 엄격하고 불명확한 규제 환경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유럽기업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특히, 금융서비스 분야의 불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한국 시장이 전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는 데 응답 기업의 44%가 동의했다. 기업 환경은 악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란 얘기다.

류정훈 기자 jungh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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