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말 기준 대한민국 가계부채는 1419조 원이다. 역대 최고치로 최근 3년간은 한 달에 10조 원꼴로 가계부채가 늘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할것없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들의 존재다. 당국은 취약차주들의 빚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고금리 인하 △안전망·중금리대출 확대 △원금상환 유예 △연체금리 인하 △담보권 실행 유예 등 종합 처방을 내놨다.
◇다음달 8일 최고금리 연24%로 인하… 대환대출·중금리대출로 취약차주 지원 = 우선 다음달 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현재 연 27.9%에서 연 24%로 내려간다. 이날부터 소비자가 대부업체, 저축은행, 카드사·캐피털사에서 신규로 대출을 받거나 대출을 갱신, 연장하는 경우에는 연 24% 이하 금리가 적용된다. 만약 금융사가 8일부터 연 24%를 넘는 이자를 받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최고금리 인하에 대비해 다음달 8일 ‘안전망대출’을 내놓는다. 이 상품은 최고금리 인하 이전에 고금리로 대출받은 차주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이다.
구체적인 지원대상은 최고금리 인하(2월8일) 하루 전인 다음달 7일까지 △금리 24% 초과 대출을 받은 자로 △해당 대출의 만기일이 3개월 이내로 임박해 만기연장에 어려움이 있는 저신용, 저소득 차주다. 금융사가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취약차주 대출의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상품이다. 저소득자는 연소득 3500만 원 이하, 저신용자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인 자다.
시중은행들은 안전망대출을 내달 8일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총 1조 원을 공급하게 된다. 상품은 전국 15곳 시중은행에서 판매된다. 대출한도는 최대 2000만 원으로, 금리는 연 12~24%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차주가 빚을 적극적으로 갚으면 6개월마다 최대 1%포인트씩 금리도 낮춰준다.
금융당국은 연 10% 안팎의 중금리대출도 2022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인 7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중금리대출은 정부가 출시한 ‘사잇돌대출’과 민간 금융사들이 내놓은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은 은행 대출에서 탈락한 소비자들이 연 20%대 저축은행, 카드론 대출로 내몰리는 ‘금리단층’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2016년 7월에 내놓은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사잇돌대출’ 규모를 2조1500억 원에서 3조1500억 원으로 1조 원 늘리기로 했다. 당국은 올해 7월 정도면 현재 공급 규모인 2조1500억 원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2022년이면 전체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7조 원으로, 현재 3조5000억 원(사잇돌대출+자체상품)보다 2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 10%대 중금리대출이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이용자들은 금리 인하 혜택을 보게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사잇돌대출은 은행,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총 1조3000억 원이 공급됐다” 며 “사잇돌대출만으로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금융회사가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직·폐업시 원금 상환 3년유예… 연체가산금리 3%포인트 초과 금지 = 이르면 2월부터는 은행서 돈을 빌린 차주가 연체 전에 실직이나 폐업 등을 하면 원금 상환을 최대 3년 동안 늦춰준다. 4월부터는 현재 6~9%포인트인 은행 연체가산금리를 3%포인트로 내린다. 시중은행들이 3%포인트를 초과해 연체가산금리를 매기지 못 하도록 막은 것이다.
우선 다음달부터 실직, 폐업, 질병 등으로 재무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차주들은 원금상환을 유예해준다. 분할상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는 최대 3년,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는 최대 1년,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차주는 남은 전세 계약기간 범위 안에서 유예를 해준다. 일시상환으로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는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분할상환으로 대환해준다.
다만 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주택가격이나 대출규모 등이 일정 금액 이하여야 한다. 주담대는 주택가격이 6억 원 이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대출액이 1억 원 이하, 전세대출은 전세보증금이 4억 원 이하인 차주여야 한다. 실업수당 확인서류나 폐업 사실증명원 등 관련 증명서도 제출해야 한다.
4월 말부터는 연체금리도 대출금리에 최대 3%포인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일괄 인하된다. 현재 은행들은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연체기간에 따라 6~9%포인트 부과하고 있다. 기존 대출계약을 체결한 차주도 연체금리 인하가 시행된 4월 이후에 연체가 발생하면 인하된 연체가산금리 혜택을 보게 된다.
연체차주의 주거안정 등을 위해 금융사의 담보권 실행도 최대 1년 유예해준다. 다만 혜택을 보려면 △주담대 연체기간 30일 초과 △1주택 소유자로 담보주택 가격이 6억 원 이하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사는 최초 6개월의 담보권 실행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유예기간 내에 담보주택이 매각되지 않으면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가산금리가 인하되면 월 4400억 원, 1년에 5조3000억 원의 연체이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