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83호로 지정된 불상의 이름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이름이 길다 보니 아예 읽을 생각을 하지 않고 “어, 부처님이군”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유물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국립 중앙박물관 전시장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게다가 어떤 경우에는 한자를 병기하지 않고 한글로만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라는 식으로 써 놓은 까닭에 불상의 이름이 마치 무슨 암호 문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름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 유물을 감상하니 감동을 느끼기는커녕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하다.
박물관으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그 넓은 박물관의 많은 유물을 그저 1시간 정도 훑어보고 사진 몇 장 찍은 후, 다음 일정으로 옮겨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도 문제가 있지만 박물관 견학 시간을 1시간으로 잡은 선생님은 더 문제가 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이라고 쓴다. 비교적 어려운 한자를 차례로 말하자면 ‘금(gold) 금(金)’, ‘구리 동(銅)’, ‘두루 미(彌)’, ‘굴레 륵(勒)’, ‘보리(깨달음) 보(菩)’, ‘보살(깨달은 자) 살(薩)’, ‘반(half) 반(半)’, ‘가부좌할 가(跏)’, ‘생각 사(思)’, ‘생각할 유(維)’, ‘형상 상(像)’이다. 미륵(彌勒)은 ‘미륵보살’의 줄임말로 “내세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하리라는 깨달은 자”라는 뜻이다. 보살은 “위로는 깊은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대승불교의 이상적 수행자”라는 뜻이다. 반가부좌는 양쪽 다리의 발목을 다 다른 쪽 넓적다리에 올려놓은 게 아니라 한쪽 다리만 올려놓은 정좌의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은 ‘금과 구리의 합금재료로 만든 미륵보살이 한쪽 다리만 반대편 넓적다리 위에 올리고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는 형상’이라는 뜻이다. 한자를 알면 훨씬 쉽게 뜻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