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로 드러난 은행 사외이사 '민낯'…노동이사제 도입 힘 받나

입력 2018-01-31 10:59 수정 2018-01-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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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의 채용비리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짬짜미’ 의혹이 도마위에 올랐다.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은행권 고위 인사의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이 사실로 드러나자, 사외이사 제도 개선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한통속’이라는 비판을 한 바 있어 은행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 李총리 “은행 채용비리 검사,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 = 이낙연 국무총리는 30일 금융권 전반의 채용비리를 엄정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채용비리를 저지른 금융회사의 경영진과 관련해 ‘해임 건의’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을 때도 단순 경고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당국의 건의를 그대로 수용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자, 내부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여론이 확산될 경우,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난 만큼 당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번 채용비리 의혹에서 일부 사외이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사외이의 자녀·지인 명단을 별도 관리하고 우대조건 신설, 면접점수 조정 등의 방법으로 특혜 채용을 위해 여러 수법을 동원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의 ‘셀프 연임’ 에 이어 사외이사의 채용비리까지 발생해 금융당국 주도의 지배구조 개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채용비리 검사에서 은행들의 소명을 들었기 때문에 이번에 적발한 비위 사실을 검찰에 이첩했다.

◇ 금융사 사외이사 논란 현재 진행형…노동이사제 도입 반사이익 = 앞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 문제가 이슈화되자, 사실상 회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사외이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지주 회장은 사외이사 추천 단계부터 개입하고, 이들 사외이사가 회장 연임을 결정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직 회장을 효과적으로 감시·견제하고, 차기 회장이 될 만한 인물을 발굴해야 할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 15일 ‘금융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외이사를 선출할 때 이해 관계자가 추천한 다양한 인재를 반영하고,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영향력을 제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지주들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상당수를 교체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이 지주 회장에 대한 통제 수위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어느 정도 발은 맞춰가겠다는 속내다.

한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채용비리는 뿌리 뽑을 적폐”라며 노동이사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어 “금융권 채용비리에서 사외 이사 제도 같은 내부견제 시스템이 작용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도 있다. 채용비리는 대표이사 등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노동이사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며 “특권 반칙을 용납 하지 않는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전반에 걸쳐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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