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도 몰랐던 삼성전자 액면분할 발표 ‘막전막후’

입력 2018-02-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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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 원짜리 주식을 5만 원으로 낮추는 이번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은 철통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노희찬 사장과 지난해 말 재무관리, 인사, 계열사 간 협의를 위해 만들어진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 정현호 사장 등 일부 핵심 관계자 외에는 특별 보안 사안으로 진행됐다. 내부적으로 최종 방안을 마련한 뒤 구속 중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변호사를 통해 보고했고, 이 부회장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액면분할에 대해 부정적 이었다. 2016년 이상훈 당시 경영지원실장은 “액면분할 계획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고,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당시 이사회 의장 역시 “액면분할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단언했다. 액면분할을 하면 소액주주가 많아져 잡음이 커질 수 있고, 주식 유통 활성화가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의 액면 분할은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구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부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물려받는다면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다면 내야 할 액수는 더 커진다.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의 지분과 삼성전자의 지분 교환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늘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 이 경우 역시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는 건 부담스럽다.

이번 액면 분할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종 승인했다. 스스로 불리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특정 소수의 기업이 아닌 소액 주주까지 포용하는 국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주당 250만 원을 훌쩍 넘기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단 1주를 사기도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2015년 이후 배당 강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보유한 기관투자가와 50% 넘는 외국인 주주들만 혜택을 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삼성전자 측은 “액면분할을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얻게 되고 올해부터 대폭 늘어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매년 9조6000억 원을 배당금으로 쓰겠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모든 걸 내려놓고,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는 삼성전자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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