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베네수엘라 살릴 유일하고 간단한 방법…대화와 타협

입력 2018-0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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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고대에는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왕을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사실상의 국가부도 상태인 베네수엘라를 보면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어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대화와 타협이다.

200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식료품 의약품의 부족으로 죽어 가는 국민 등 베네수엘라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비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슬픈 소식이 들렸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출신인 마르코스 카바얄이 고향인 베네수엘라에서 폐렴 항생제를 구하지 못해 3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베네수엘라는 의약품 중 95%를 입수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이다.

올해는 더욱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018년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만300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거의 한 시간마다 물가가 1.5% 오른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4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정부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지만, 마두로의 권력은 마치 철옹성(鐵甕城) 같다.

더 나아가 마두로는 당선을 위해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다. 원래 베네수엘라 대선은 10월에 치러지게 돼 있지만 마두로는 경제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선거를 하고자 이를 4월로 앞당겼다. 대법원은 지난주 주요 야당의 정당 재등록을 6개월 연기해 마두로 경쟁자들의 대선 출마를 사실상 봉쇄하는 판결을 내렸다.

야권이 2016년 마두로를 축출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지만 결국 무산됐다. 심지어 지난달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의 불참 속에 집권 여당인 통합사회당이 압승을 거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렇게 한 나라의 경제를 파탄 낸 지도자가 끈질기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수수께끼와 같다. 무능하고 분열된 야권의 모습에 국민이 마두로를 끌어내릴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가 마두로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잇따라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별다른 반향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고위 관리들의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막장으로 치닫는 상황을 끝내려면 어떻게든 반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대화와 타협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 특별보고관인 이드리스 자자이리는 “국제사회의 제재는 이미 절망적인 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모든 국가가 대화로 이런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조지아주립대학의 제니퍼 맥코이 정치학 교수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제 원조를 받는 대가로 통화와 재정정책 변화를 이행하고 생산능력을 잃어버린 국영 석유산업을 살리고자 외국 민간기업의 재투자를 허용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권고했다.

베네수엘라 야권과 미국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두로는 물론 그를 지지했던 수많은 관리들은 정권을 잃게 되면 마녀사냥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욱 악착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불안을 누그러뜨려 마두로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를 살리는 지름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두로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했던 독재자의 최후가 항상 비참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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