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경계…외국인에 빗장 거는 호주

입력 2018-02-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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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호주 최대 국경일인 ‘호주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국기를 단 헬리콥터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시드니/EPA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호주 최대 국경일인 ‘호주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국기를 단 헬리콥터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시드니/EPA연합뉴스
호주가 ‘차이나 머니’에 대한 두려움 탓에 외국인에 빗장을 걸고 있다. 경제와 정치 및 사회 전반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자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재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앞으로 송전·배전망과 같은 전기 인프라의 매각과 일부 발전 자산의 외국인 소유를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리슨 장관은 전기 인프라에 대한 신규 규제를 명문화하고 이미 신청된 거래에도 소급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가 해외 인수합병을 검토할 예정이다. 호주 정부는 농지를 매각할 때도 내국인을 대상으로 최소 30일 이상 매매를 시도한 후 외국인과 거래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 몇 년 간 중국의 투자가 늘자 호주는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왔다. 2016년 호주 정부는 국영 전력유통회사 오스그리드의 민영화를 위한 매각 건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했다. 오스그리드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주택 160만 채와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로 입찰 금액만 100억 호주달러(약 8조6232억 원)에 달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국이 핵심 인프라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호주 정부는 홍콩 장강인프라와 중국 국영 전력유통업체 국가전망공사의 인수를 거부했다. 당시 모리스 장관은 “현 상태에서 오스그리드 매각은 국가 안보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 부동산회사 펑신그룹이 호주 영토의 1%에 이르는 농장 ‘S키드먼’을 인수하려 했을 때도 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호주 정부는 정당이나 로비 단체에 대한 외국 기부금이 일정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사실상 중국 자본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조치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과 자본이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공개적으로 법안 지지를 표명했다.

컨설팅기업 KPMG와 시드니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중국의 투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가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900억 달러(약 96조5160억 원) 이상이 유입됐다. 호주가 광업 부진으로 경기 침체기를 겪는 동안 중국의 자본이 활기를 불어넣었다. 원자재를 기반으로 하는 호주 경제는 중국의 수요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 머니가 농장과 핵심 인프라를 사들이면서 일부 지역 사회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 1위인 미국도 알리바바의 머니그램 인수를 불허하는 등 중국 자본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2016년 호주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중국 사업가가 수십만 달러를 정당에 기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샘 데스티에리 노동당 의원이 기부금 스캔들로 사임했다. 그는 개인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사업가의 기부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데스티에리 의원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옹호하며 당론과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턴불 총리는 “이 나라를 안보 위협으로 몰아넣었다”라며 데스티에리 의원을 공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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