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프랑스), 루이뷔통(이탈리아), 버버리(영국), 샤넬(프랑스), 베르사체(이탈리아), 프라다(이탈리아), 디올(프랑스), 살바토레 페라가모(이탈리아), 던힐(영국), 캘빈 클라인(미국)….’
여전히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명품 브랜드임에 틀림없다. 명품 마니아라면 이런 브랜드의 제품을 한 개쯤 소장하고 있거나 갖고 싶지 않을까 싶다. 명품의 품질이 가격에 합당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자기 만족 때문이다.
사실 국내에도 있다. 삼성 갤럭시. 모바일 폰의 최고 브랜드이자 세계적인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갤럭시뿐만 아니다. 알게 모르게 대기업이나 강소기업의 제품 중에 명품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한 브랜드를 명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식 변화 없이는 우리의 내셔널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 제품과 품질이 같다고 해서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명품 브랜드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마음에 내재된 깊은 욕망을 만족시키고 있죠. 우리도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이상 한 가지 브랜드로 살아남아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성관 엠바골프코리아 대표이사는 오직 섬유업종에서 한 우물만 파고 있다. 엠바(M’va)골프는 그가 섬유업에 종사하다면서 내셔널 브랜드를 키워 보고자 만든 제품이다. 졸업 후 무역회사에 근무하다가 우연치 않게 기회가 생겼다. 평소 패션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주문생산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골프웨어를 제조해 업체에 납품을 했다.
그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만들면서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패션 선진국의 패션박람회 등을 틈만 나면 돌아다녔다. 그리고 느낀 것이 그들의 스포츠 브랜드를 보면 대부분 자국 국기의 컬러나 국기를 응용한 것을 로고나 심볼마크로 활용하는 것을 알았다.
“엠바골프는 태극기에서 모든 영감을 받았습니다. 실용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로고와 심볼 마크에 심혈을 기울였죠.”
그러면서도 브랜드는 프랑스와 영국을 조합했다. 엠바는 프랑스어다. 엠바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준비된 선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져온 것을 영어 발음으로 바꿨다.
스포츠 전문브랜드가 목표지만 먼저 골프웨어를 시작했다. 트레디셔널한 것을 바탕으로 모더니즘을 가미했다. 골프웨어이지만 영혼이 자유롭고, 매력적인 뉴리더의 격조 있고, 품격 높은 패션에 기본을 두고 디자인했다. 특히 그는 27년 동안 이 업에만 종사해 왔기에 소재는 최고급만을 고집하고 있다.
국내에서 중소기업이 내셔널 브랜드로 외국 명품과 경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부터 경쟁이 안 된다. 그럼에도 그는 무엇 때문에 해외 브랜드 대신에 험난한 내셔널 브랜드를 만들었까.
이유가 있다. 자존심 때문이다. 라이선스를 들여와 팔면 돈은 벌겠지만 그것은 영혼이 없는 사업이었다. 그는 이 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브랜드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어려움도 겪었다. OEM으로 납품하던 업체가 부도나면서 시련이 닥쳤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역경이든 그 역경에 걸맞는 번영의 씨앗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사실 힘들고 어려웠죠. 연쇄부도를 맞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국산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브랜드 베르사체에서 근무하던 디자이너에게도 디자인을 맡겨 봤지만 신생 브랜드로 시장을 확보한다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죠. 악전고투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던 순간에 금방 눈치 챘죠. 발을 빼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이것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을까. 지금까지 노력하고 온몸을 던지면서 어떠한 역경과도 싸우고 극복했던 시간들을 생각할 때 그는 다시 용기를 내고 도전을 불태웠다. 물론 후회한 적도 있다. 일에 몰두하다가 건강까지 해친 적이 있으니까. 그를 살려낸 것은 뛰는 것이었다. 매일 7㎞를 달리다 보니 몸도 마음도 탄탄해졌다.
그는 보기 드문 형제애를 갖고 있다. 6형제 중 장남이다. 부모를 일찍 여읜 탓에 동생들을 모두 자신의 힘으로 결혼시켰다. 막내는 2014년에 시키면서 짐을 덜었다. 그는 또 애처가다. 아내 자랑하는 사람은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그는 늘 아내 걱정부터 한다. 함께 일하는 아내가 부모님의 간병을 3년간이나 해줬기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는 4년간이나 장애인 골프대회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2024년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골프선수들에게 그는 엠바골프웨어를 꼭 입히고 싶다고 했다.
“제가 늘 부족하지만 베풀고 살고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은퇴한 의사 등과 함께 사회봉사단체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죠.”
골프 등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의 경영이념은 사람들이 엠바를 입고 운동을 하면서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약속하듯, 김성관 엠바골프코리아 대표는 “반드시 브랜드를 성공시켜 한국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는 스포츠웨어와 평상복의 경계선이 없는 ‘보더리스’ 제품이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는 그는 “특히 파스텔 톤의 럭셔리하고 패셔너블한 제품들이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엠바골프는 본격적인 골프시즌을 앞두고 S/S 신상 디자인 120종의 신제품을 이달 중순에 출시한다.
많이 팔리기보다 스테디셀러를 소망하는 김성관 대표의 ‘메이드 인 코리아’ 작품 엠바골프가 언제쯤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우뚝 설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