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500만원씩 10년 모아도 서울 ‘중간급 집’ 못산다...아파트 중위가격 7억 돌파

입력 2018-02-05 10:00 수정 2018-02-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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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적당한 입지와 크기를 가진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월 500만 원씩 꼬박 모아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최근 1억 원 이상 오르며 7억 원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5일 KB국민은행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7억 원을 넘어선 7억5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6억 원을 돌파한 지 불과 9개월 만의 일이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초고가와 최저가가 제외돼 일반적인 주택 가격 흐름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매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2009년 7월 5억 원을 넘어선 중위가격이 6억 원을 돌파하기까지 7년 9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할 때 열 배 빠른 속도다.

원인은 강남 등 핵심지역의 재건축 단지들이 치고 나가면서 뒤를 쫓는 가격 동조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매년 12월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아파를 선정해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를 발표한다. 이 지수는 올해 1월 135.3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21.15% 증가했다. 지난해 1월 11.79%, 2016년 1월 7.18% 오른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울 아파트값 버블 현상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위가격대 아파트에서 강남권(11개 구)과 강북권(14개 구)의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지는 양상이다. 1월 강남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9683만 원으로 이달 9억 원 돌파가 거의 확실하지만 강북 중위가격은 4억7969만 원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강북과 강남을 비교할 수 있도록 강북을 강남 중위가격으로 나눈 값은 점점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 값은 1월 53.48%로 지난해 1월(58.55%)과 비교해 5.07%p 낮아졌다. 지난해 1월과 2016년 1월(60.63%)의 차이는 2.08%p다. 2015년에서 2016년까지도 1.45%p 하락한 수준이었다.

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을 믿고 주택 구매를 미뤘던 가구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9개월 전보다 1억 원 이상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양천 신정동, 영등포 당산동, 마포 신공덕동, 송파 가락·오금·풍납동 등 지역에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7억 원 초반대 아파트들이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를 사려면 집값이 더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로 평균 예금 금리(2.2%)인 예금통장에 매월 500만 원씩 10년 5개월을 저축해야 한다. 6억 원가량인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저축하는 기간보다 2년이 더 걸리는 셈이다. 실제 2018년 중위소득이 4인 가구 기준 451만90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근로소득으로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방에서는 아파트 중위가격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6개 광역시는 이달 2억4040만 원을 기록하며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인 지난해 9월부터 4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은 1억6240만 원으로 집계되면서 10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신철 기자 camus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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