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에 부착하는 발신인 종이에 성명과 주소를 허위로 기재하면 형법상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와 사문서위조, 협박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26) 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해 4월 평소 자신을 질책한 것에 불만을 품고 숙모 이름과 숙부의 회사 주소를 허위로 기재해 가짜 폭발물과 요청사항을 적은 A4 용지 63장을 정부서울청사에 보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 씨의 협박은 수신인 주소가 명확하지 않아 서울 광화문 우체국 담당자가 '수취인 불명'으로 발송인 주소지로 반송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해당 택배를 받은 박 씨의 숙부는 실제 폭발물이라고 오인해 112에 신고했고 군인, 경찰관, 소방관 등 수십 여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심은 박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택배 상자에 부착된 발신인란은 보내는 사람을 특정하는 기능만 있을 뿐"이라며 사문서 위조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2월로 감형했다.
반면 대법원은 "가짜 폭발물 등 협박 범행 행위자를 표시하고 수신인이 이를 확인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라며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나 그 내용이 법률상, 사회생활상 의미 있는 사항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어서 형법이 정한 사문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