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車…돌파구 찾기에 안간힘

입력 2018-02-05 09:32 수정 2018-02-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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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車…돌파구 찾기에 안간힘

고속성장세를 일단 멈춘 한국차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원고-엔저) 변화에 대응하며 ‘신차 출시’를 앞당기는 등 시장 회복을 위해 마른 수건을 짜내고 있다.

5일 완성차 업계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연초부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1대당 전기차 보조금 규모는 소폭 축소하되 전체 대상을 확대한 것. 환경부는 이달 들어 전국 156곳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총 2만8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수소차와 자율주행 ‘글로벌 경쟁 본격화’=정부도 차세대 자동차산업을 주도할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율주행시스템’을 갖춘 수소전기차 현대 ‘넥쏘’를 시승한 뒤 큰 관심을 보였다. 넥쏘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다. 넥쏘 동반석에 앉은 문 대통령은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판교 IC까지 약 10㎞ 남짓한 구간을 안전하게 자율주행했다. 시승 후 개발진에게 “1회 충전으로 몇km를 달릴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자율주행차 도입에 따른 도로와 통신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와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는 여전히 모자란게 현실이다. 사실상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완성차 3사는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 친환경차 기술과 자율주행 인프라 ‘낙제점’=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KPMG 인터내셔널이 최근 발간한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AV Readiness Index)’ 보고서 역시 이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기술은 갖췄으되 우리나라의 준비 지수는 종합점수 20.71점으로 20개 국가 중 10위에 머물렀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기반시설 6.32점(4위)이 그나마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정책 및 제도는 5.78점(14위) △소비자 수용성 4.38점(11위) △기술 및 혁신은 4.24점(9위)에 머물렀다.

정책 및 제도의 보완과 함께 소비자 수용성도 풀어야할 숙제다. KPMG가 자율주행차 시험이 진행되는 지역의 인구 밀도를 파악한 결과 한국은 5%에도 못 미쳤다. 이는 싱가포르(100%)나 네덜란드(79%), 캐나다(37%)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소비자 변화 준비 지수(Change Readiness Index) 조사에서도 136개국 중 36위에 그쳐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KPMG는 “한국 정부가 자율주행차 시험도시인 ‘케이시티(K-City)’를 연말까지 구축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로 키울 계획”이라며 “네이버랩스와 현대차, 서울대, 현대모비스 등은 정부 승인을 받아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연을 하고 있다”고 향후 가능성을 언급했다.

차세대 자동차 기술의 궁극점인 친환경 연료기술과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글로벌 수준에 접근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회적 인프라와 우리의 관심이 여전히 문제인 셈이다.

◇ 엔저 부담 가속..대일 경쟁력 악화 = 단기적인 시장 회복도 풀어야할 과제다.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미국시장의 침체, 양적 성장주도 부작용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한국GM은 글로벌GM의 침체기가 시작되면서 초기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았고, 후속모델 부재라는 악재도 겪고 있다. 르노삼성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생산기지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쌍용차 역시 수출시장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를 제외하면 환율에 대한 부침도 겪고 있다. 예컨대 현대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일본 토요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현대차의 1월 미국판매는 전년 동월(4만6507대)과 비교했을 때는 11.3% 줄어든 4만1242대에 머물렀다. 5위권을 유지하던 전체판매 순위도 9위까지 밀렸다.

엔저를 바탕으로 한 일본차의 공세가 주된 배경이다. ‘미국시장 1월 베스트셀러 10’ 가운데 일본차는 다섯 개에 달했다. 닛산의 소형 SUV 로그가 3위(3만6184대)를 기록했고, 토요타 RAV4가 5위(2만6655대), 캠리 7위(2만4638대) 등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아반떼(1만4017대)가 가까스로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차는 미국 시장 내 높은 인지도와 원가경쟁력, 그리고 신차 출시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 올해 상반기 신차 출시 봇물..반전 노린다=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완성차 메이커는 올해를 반격의 기회로 삼고 있다.

출시가 예정된 후속 신차를 서둘러 연초에 선보이면서 분위기 주도를 꾀하고 있다. 하반기로 예정된 신차를 상반기에 모두 쏟아부으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는 자동차 판매는 전통적으로 4→2→3→1분기 순서로 판매가 낮아지는데 연초부터 신차 효과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정부 보조금이 소진되기 이전에 예정된 신차를 모두 시장에 내놓기 위해 출시시점을 상반기로 옮겨왔다. 현대차 코나EV와 쉐보레 볼트EV 모두 5월 이전에 출시한다.

2월에 현대차 싼타페가 본격적인 사전예약에 돌입한다. 3월에 기아차 K3와 카니발(연식변경)이 나오고, 4월 기아차 K9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5월에는 현대차 투싼(연식변경), 기아차 신형 프라이드 등이 선보인다.

이들 대부분이 오는 6월로 예정된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를 선점하기 위해 출시시점을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신차 개발주기가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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