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공소장에 이명박(77)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기획관을 통해 국정원에서 돈을 받아 직접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국고손실 혐의로 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을 시켜 2008년 4~5월과 2010년 7~8월 두 차례에 걸쳐 국정원에서 총 4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은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에게 돈을 요구했고, 김 전 원장은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시켜 청와대 인근에서 현금 2억 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김 기획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테니 직접 받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해 '국정원에서 김 전 기획관에게 돈을 전달한 것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또 2010년 7~8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요구해 김 전 기획관 부하 직원을 청와대 부근에서 만나 현금 1억 원씩 든 쇼핑백 두 개, 총 2억 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국정원에 돈을 요구해 사용하는 과정을 모두 이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고 보고 그를 '주범'으로 판단했다. 김 전 기획관은 범행을 도운 '방조범'으로 봤다.
검찰은 다만 뇌물 사용처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파악한 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검증하고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수사 종결 무렵에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달 25일 끝나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이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김 전 기획관과 공범으로 묶인 만큼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진모(52)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전날 특가법상 뇌물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비서관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 돈을 전달하기 위해 국정원에서 특활비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돈이 김 전 비서관→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두 차례 장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