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팔아치우는 속도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올해 들어서만 2조 원 이상 내던지면서 주가는 속절없이 휘청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를 2조5238억 원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 1조1792억 원 순매도에 이어 대규모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덜어냈다. 이 기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삼성전자 주식은 1조6695억 원어치에 달한다.
외국인의 연속 이탈에 주가도 힘을 잃었다. 꾸준한 약세 속에 결국 지난 2일 종가 기준 240만 원 선마저 무너졌다.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 수익률은 -5.97%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0.98%)을 크게 밑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반도체 업황 부진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비중을 줄이는 업종 갈아타기가 가속한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달 31일 깜짝 발표한 액면분할 효과도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발표 당일 주가는 장중 270만 원을 돌파하며 9% 가까이 급등했지만, 외국인은 이를 차익 시현의 기회로 삼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지만나 이익 전망치와 목표주가는 줄줄이 낮추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OLED 패널 고객사인 애플의 실적 부진이 직격타다. KB증권은 올해 디스플레이 부문 이익이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며 목표주가를 32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이 이달 들어 목표주가를 내렸으며, 신한금융투자과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이미 지난달 목표주가를 낮췄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산업의 수요부진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2018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애초 예상대비 8% 하향했다”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를 하향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 역시 속속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JP모간은 목표주가를 31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CLSA는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액면분할 등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당분간 주가가 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전자의 주가와 실적 추정 컨센서스의 방향성이 일치했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주가의 단기 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