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안되는 민간 임대주택사업

입력 2018-02-07 06:00 수정 2018-02-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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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간 암암리 거래로 불법ᆞ편법 성행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 진단』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매입 임대주택제도가 겉돈다. 해당 주택에 대한 정보가 없어 실 수요자에게 ‘그림의 떡’이다.

매입 임대주택은 LHㆍSH공사 등의 공공임대주택이나 건설업체의 건설임대와 달리 일반 개인이 갖고 있는 주택을 임대로 등록한 경우다. 한 곳에 집단화 된 것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재계약 때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임대료 상한 규정이 적용된다. 일반 전세 아파트 등은 전세가를 시장 상황에 따라 한꺼번에 수천만원에서 억원 대까지 올릴 수 있지만 매입 임대주택은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싸다.

그래서 지인끼리의 묵시적 거래가 성행한다. 중개업소에 내놓지 않고 특정인과 계약이 행해진다. 설령 중개업소에 매물이 나와도 중개업자가 채 가기도 한다. 자기 집을 비싼 값에 세를 놓고 이런 싼 집에 거주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공식 사이트 등에 공개되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연고가 없는 서민 세입자에게는 접근 자체가 안된다.

그렇다 보니 이중 임대차 계약이 이뤄지기도 한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싸 나쁠 게 없다.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계약서에는 임대료를 5%만 올려 기재하고 실제로는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은 선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신고용과 실제용 등 두가지의 계약서가 작성된다.

재 임대 수법도 동원된다. 처음에는 지인을 세입자로 세웠다가 다시 임대를 놓는 방식이다. 재 임대는 임대를 놓은 사람이 임대 사업자가 아니어서 임대료 제한을 받지 않는다. 설령 해당 관청에 적발되더라도 얼마 안 되는 벌금만 물면 그만이다. 취득ㆍ재산ㆍ양도세 등의 세금 혜택은 다 챙기면서 임대료는 제값을 다 받는 형국이다. 정부의 임대주택제도는 다주택 부자들에게 세금만 탕금해주는 꼴이다.

매입 임대주택 수가 많으면 주택시장 안정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부작용만 낳고 있다는 얘기다. 2016년 기준 매입 임대주택은 전국 61만 4000여 가구이고 서울은 16만 여 가구에 이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제도에 구멍이 뚫려서 그렇다. 임대주택에 대한 일선 행정기관의 관리가 허술하다. 관리를 한다 해도 임대주택을 방문해 일일이 세입자를 확인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세입자 편의를 위해 일반에 공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 송파구청 임대주택 담당자를 찾아가 관내 민간 임대주택 정보가 있느냐고 물었다. 사유 재산이라서 일반인에게 알려 줄 수 없다는 퉁명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알아볼 일이지 왜 구청을 찾아왔느냐는 표정이다.

세제 혜택 등을 줬다면 임대주택 신상 공개는 당연하고 그래야 수요자들이 이용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으나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눈치다.

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행정관서의 공무원은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주택시장 안정 같은 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제도가 잘 못됐다 해도 개선하려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임대주택 사업자만 더 이득이다. 임대료 인상 제한은 편법 등을 통해 피해가면서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전국의 공공·민간 전체 임대주택은 2016년 기준으로 227만 3362가구이고 서울은 47만 8836가구다. 이중 개인이 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물량은 전국 61만 4274가구에 달하고 서울은 16만 1006가구로 집계됐다.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을 적극 독려했던 지난해 물량까지 치면 전국은 70만~80만 가구, 서울은 얼추 2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적지 않은 물량이다. 건설업체 법인이 운영하는 건설임대는 관리가 잘 돼 별문제가 없지만 순수 민간 매입 임대주택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는 해당 관청에 등록하도록 돼 있어 물량은 파악되지만 개별 주택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수요자들로서는 어떤 집이 임대주택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임대료가 싼 민간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싶어도 관련 정보가 없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아무리 정부가 민간 임대주택을 많이 확보해 놓아도 정작 이를 필요로 하는 세입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한번 세를 든 사람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계속 거주하려고 들 것이고 세입자가 이사를 해 빈 집이 생겼다 해도 편법을 동원해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많다.

정직하게 규정을 지키는 매물이 있어도 매개 역할을 하는 관련 중개업소가 차지해버릴 게 뻔하다. 연고가 없으면 싼 임대주택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토교통부 주거복지기획과에 문의했다. 매입 임대주택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담당자인 노지훈 사무관은 그런 문제를 놓고 현재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국토부가 운영하는 ‘마이 홈’ 포털에 임대주택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래도 다행이다. 일선 행정 담당 공무원과 달리 해당 부처에서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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