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감독, 커밍아웃 "성관계, 합의하에 이뤄진 것…유죄 판결 억울해"

입력 2018-02-07 07:20 수정 2018-02-0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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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청룡영화상')
(출처=SBS '청룡영화상')

동료 여성 영화감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현주 감독이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현주 감독은 2015년 4월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만취한 여성 감독이 몸을 가누지 못하자 모텔로 데려갔다가 그녀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6일 이현주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현주는 "저는 여성 영화감독 이현주입니다. 그리고 동성애자입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로 커밍아웃을 선언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현주 감독은 "그동안 제 성 정체성에 대해 피해자 등 몇몇 지인들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 등을 생각하면 당당히 커밍아웃할 용기가 없었고, 다만 저의 세계관을 조심스럽게 영화에 담아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현주 감독은 "피해자는 제가 동성애자임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일 정도로 친분이 깊었고, 많은 감정들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지난 2015. 4월 초, 피해자와 남성 3명과 술자리를 가졌고,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행들은 피해자를 가까운 모텔에 데리고 가 침대에 눕혀주었다. 저는 일행들의 부탁을 받아 피해자와 함께 있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피해자는 잠에서 깨더니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한참을 울었고, 위로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하게 되었다"며 "당시 저로서는 피해자가 저와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기에 동의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잠에서 깨 혼란스러워하던 피해자에게 일련의 일을 설명해 주었고, 그날 평소와 같이 헤어졌음도 알렸다.

하지만 이현주 감독은 "그 날 저녁 피해자의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는 우리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던 사실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고 서로 격앙된 상태에서 통화를 했다"며 "이후 한 달 뒤 갑자기 저를 고소한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됐다. 피해자는 저의 일방적인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기만 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눈감아 주겠다고 하였지만, 저는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이 감독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감당해야 했지만 제 주장은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고도 알렸다. 자신과 피해자가 소속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교수에게 합의를 위해 나서 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저에게 내려진 판결과 그에 따른 처벌이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고 열심히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알렸다.

이현주 감독은 "제 의도나 당시 가졌던 생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처벌을 받고 살아가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다"며 "저는 여성이며, 동성애자이고 그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입장에서 저 스스로가 너무나도 괴롭다. 많은 분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한편, 피해자인 여성감독은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Me too' 캠페인에 동참한다"며 "2015년 봄 동료이자 동기인 여자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번 연기한 탓에 재판은 2년을 끌었고 지난해 12월 드디어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현주 감독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교육 40시간 이수명령을 선고받았고, 이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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