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혁명] 블록체인 새싹들, 한국 떠난다

입력 2018-02-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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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⑤세계적 기업 성장 막는 정부

#정부가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스위스 주크시나 영국령 지브롤터에 법인을 설립해 자금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가상화폐 취급업소(거래소)의 외국인 거래를 전면 중단하면서 해외 자금이 물 밀 듯이 빠져나갔다. 급기야 해외와 국내의 가상화폐 가격 괴리가 크게 벌어지면서 ‘김치프리미엄’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업계에선 해외시장과 고립한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ICO, 크라우드펀딩과 본질 같아 = 지난해 11월 ICO에 성공한 메디블록은 의료 전문 블록체인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메디블록은 ICO 기간에 약 30억 개가 넘는 코인을 통해 약 70억 원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표와 직원 대부분이 한국인이지만, 법인은 영국령인 지브롤터에 설립돼 있다. 국내에선 ICO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IC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스타트업들은 ICO가 본질적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과 다르지 않다고 항변한다.

정부는 2016년 1월 25일부터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모집해 지분을 투자할 수 있도록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했다.

크라우드펀딩의 기본 바탕은 집단 지성이다. 신생 기업이 내놓은 사업계획서를 다수가 검토한 뒤 투자를 결정한다. ICO를 추진하는 스타트업에선 백서(White Paper)를 발간해 사업 계획을 엔젤투자자와 다수로부터 검증받는다.

이러한 공통점 때문에 업계에선 ICO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새로운 다양한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정부가 ICO(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를 못하게 하니 싱가포르, 스위스로 가고 있다”며 “좀 더 진취적으로, 20년 뒤에는 데이터의 신뢰성에 기반한 블록체인 인터넷, 신뢰 인터넷이 될 텐데 이를 잘 살려서 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취급업소, 한국 떠날 수 있다 =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취급업소)’에 대해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가 취급업소를 도박장 수준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실제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한 거래소가 회원들에게 ‘마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도박장 개장 등 혐의로 몰고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마진 거래가 높은 수익을 위한 투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마진 거래는 해외 취급업소와 국내 취급업소 간 가상화폐의 가격 차이가 벌어질 때 재정거래(裁定去來·Arbitrage)를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미 국내 외환시장에선 마진 거래를 허용하는 것도 위험 회피수단으로서 순기능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마진 거래 제한과 함께 외국인의 거래 금지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가상화폐 시세 변동폭은 해외보다 훨씬 커졌다. 우리나라는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최대 50% 비싸게 거래되거나, 10% 싸게 거래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가상화폐 취급업소들이 해외로 법인 이전을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가상화폐 취급업소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국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전방위적으로 조사를 요청해온다”며 “업무 마비로 서비스 개선에 손을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 정부 =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가상화폐 말살 정책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따로 분리하는 오류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면서,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따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학계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는 규제하되 금지나 폐쇄 같은 접근법은 지양해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정확한 투자정보 제공, 투자적격업체 지정, 거래소 등록, 실명제 도입, 보안검사 같은 제도 확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영수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장은 “블록체인과 완전한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며 “정부가 규제하는 투기와 가상화폐 거래 부작용, 유사수신이나 사기 등이 화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 과정의 문제라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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