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벌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기준을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현행 자산 5조 원 이상 재벌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이상에서 상장과 비상장 구분 없이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 경우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지난해 9월 기준 227개에서 256개로 29개 늘어난다. 이들 기업은 계열사 간 거래(내부거래)에 상당한 제약을 받거나 총수일가 지분을 내놔야 하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새 규제 대상에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 삼성생명(삼성)과 현대글로비스·이노션(현대자동차), 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SK D&D(SK) 등이 추가된다.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은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 일가 지분이 29.99%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총수 일가 지분이 20.82%다.
이어 GS건설(GS),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이마트(신세계), 한진칼(한진), LS·예스코·가온전선(LS), 영풍정밀(영풍), 유니드(OCI), KCC건설·코리아오토글라스(KCC), 한화(한화), 한라홀딩스(한라), 태광산업(태광), 동국제강, 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 카카오, 금호석유화학, 하이트진로홀딩스(하이트진로) 등도 새로 규제 대상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KCC그룹의 코리아오토글라스도 정몽익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가 2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거나 친족 분리한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규제 대상 기업의 수는 대폭 늘어날 수 있다.
공정위는 특수관계인 지분율 산정 시 계열사를 활용한 간접 지분까지 포함시킬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응한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를 대거 합병하며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나섰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던 한화 S&C는 지난해 8월 기업분할로 나온 일부 지분 44.6%를 사모펀드 ‘헬리오’에 넘겼다. 한화 측은 이번 매각을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SK D&D 지분 역시 시장에 나와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그룹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향후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