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EMA는 지난해 가을 푸에르토리코를 허리케인 ‘마리아’가 강타했을 당시 긴급히 대량의 도시락을 배급하려 했지만 실제 공급된 수량은 주문보다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푸에르토리코는 약 3000만 개에 달하는 도시락이 최대한 빨리 제공돼야 하는 등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FEMA는 티파니 브라운이라는 애틀랜타 소재 여성 사업가에게 도시락 공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문제는 이 사업가가 대규모 재난 구호에 경험이 없던 것은 물론 이전에 정부와의 조달 계약이 최소 5건 취소되는 등 여러모로 의심이 가는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티파니 브라운은 자신의 회사인 트리뷰트컨설팅에서 유일한 직원이었다.
계약 조건은 3000만 개의 도시락을 제공하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1850만 개는 즉시 배달해야 했지만 실제 트리뷰트가 현지에 전달한 도시락은 5만 개에 불과했다. 당시 FEMA와 트리뷰트의 계약액은 1억5600만 달러(약 1692억 원)에 달했다.
연방정부 조달 시스템을 훤히 알던 브라운은 계약을 따낸 뒤에 결혼식 연회 준비를 전문으로 했던 11명을 채용해 버섯과 쌀, 닭고기와 야채수프를 동결 건조해 도시락을 만들었다. 그는 또 텍사스 소재 비영리단체를 활용해 비용을 거의 들지 않고 도시락을 푸에르토리코로 보냈다. 캐롤린 워드 FEMA 계약 책임자는 지난해 10월 19일 브라운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더는 도시락을 배달하지 마라. 계약은 끝났다”며 “이는 물류 악몽”이라고 선언했다.
수량만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었다. FEMA 검사관은 음식을 데우는 데 필요한 파우치가 별도로 포장됐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FEMA의 주문에는 분명히 ‘파우치를 동봉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지 4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 의회는 이런 사례로 FEMA의 재난대응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민주당 측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의언들은 트레이 고우디 위원장에게 FEMA의 조달 관련 모든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 발부를 요청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조지 W. 부시 정부가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초기 부적절한 계약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부정부패 의혹을 키웠던 것을 연상케 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FEMA는 트리뷰트와의 계약이 실패로 끝냈지만 다른 공급업체들을 통해 푸에르토리코 주민에게 충분한 양의 식량과 물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여전히 허리케인 마리아 강타 직후 현지에서 식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