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SGB)이 투자회사로 변신을 꾀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통신과 IT 등 자신의 주력 부문을 넘어 금융으로도 손을 뻗치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처럼 소프트뱅크를 투자회사로 변모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걷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GB가 세계적인 재보험업체 스위스리 지분 매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SGB는 스위스리 지분을 최대 3분의 1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스위스리의 시가총액은 약 330억 달러에 달해 인수 규모는 100억 달러(약 10조85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스위스리 경영진은 협상을 위해 최근 일본에서 손 회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리 측은 “투자에 대한 SGB와의 협상이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SGB의 스위스리 인수 추진은 손 회장의 새로운 야망을 보여줬다. 보험은 그동안 SGB가 투자한 다른 분야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사업이다. 그러나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제국’ 건설도 보험 사업에서 시작됐다. 버핏 회장은 보험 부문에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 SGB는 지난해 미국 사모투자업체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 그룹을 인수하면서 이미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10조 엔(약 99조2820억 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설립해 투자회사 성격도 강화했다. 다만 이번 인수 자금을 비전펀드에서 조달할 것인지 자체적으로 마련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GB는 앞서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와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의 지분을 인수했다. WSJ는 스위스리 지분 인수 후 SGB가 주요 투자 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보험설계사 시스템 대신 IT기술을 활용하거나 공유 경제 기업들이 활용하는 ‘긱 이코노미’를 통해 보험을 판매할 계획이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더라도 스위스리는 상장사로 유지한다. SGB의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이다. 보험업에서는 높은 신용등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위스리의 ‘AA’ 등급을 보호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리는 지난해 6월 기준 224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 손 회장은 SGB의 이동통신 부문 자회사 ‘소프트뱅크’의 상장 준비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조달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2조 엔 규모로 예상된다. 상장 시기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1년 이내에 실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기업공개(IPO)로 마련한 자금을 “재무 균형 강화와 그룹의 새로운 성장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SGB와 일본 내 통신사업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게 소프트뱅크 상장의 목적이라면서 주력 사업인 이동통신을 상장시킴으로써 모회사인 SGB는 자율성을 갖고 투자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손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SGB는 세계적인 전략 지주회사가 되고 일본의 휴대폰 사업은 자율적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 상장과 스위스리 인수로 SGB의 부채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SGB는 주로 회사채 발행 등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부채 규모는 14조 엔에 이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부채 증가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배당 수익 등 자금확보 방안을 다양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장을 통해 SGB가 재무 기반을 강화하고 부채 확대에 제동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스위스리 인수로 부채가 많은 SGB의 대차대조표가 개선될 것이라면서 보험사업을 통해 새로운 거래를 위한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