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법조계에 따르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제도는 올해 1월 6일부터 시행됐다.
2016년 1월 공포됐지만,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결격 사유로 정하는 일부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공포 후 2년 뒤 시행하도록 정한 내용이다.
이 제도는 주로 벌금 500만 원 이하 범행을 저지르는 생계사범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벌금 납부능력이 없는 서민의 경우 벌금을 못 내면 노역장에 유치될까 봐 오히려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해달라고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기존처럼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만 집행유예가 가능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만 지나면 사실상 징벌적 효과가 없어지는 셈이라 재범 우려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여전하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유예기간이 지나면 선고 효력이 사라진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병철 부장판사)는 최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AI 협력업체 D사에 대해 벌금 5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D사는 업무와 관련해 회사 직원이 재판에 넘겨질 경우 관리·감독 책임을 지는 법인도 함께 책임진다는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수백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전직 대표의 잘못을 회사에 그대로 부담 지우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D사 전 대표인 황모 씨는 외부감사법,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또 황 씨 범행으로 경영난에 이른 D사의 상황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D사는 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11월 창원지법에서 폐지결정을 받았다.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크기 때문에 회생절차를 지속하지 않는게 낫다는 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법인에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생계사범 구제를 위한 목적에 어긋난다. 양벌규정을 둔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다. 형사단독 사건을 담당하는 한 판사는 "입법 전에도 제도를 도입하는 데 찬, 반 입장이 팽팽했던 것으로 안다"며 "(평가를 위해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사례들이 쌓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