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뉴욕증시 S&P500지수는 지난달 최고치에서 10% 이상 하락했다. 한 주 동안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5.2%, 나스닥지수는 5.1%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미국 물가 상승 전망이 장기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압박,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년래 최고치인 2.8% 선을 뚫었다. 국채 금리 급등세는 증시 투자자금을 일제히 이동시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영란은행(BOE) 등 주요 중앙은행이 긴축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증시를 뒤흔들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글로벌 증시 조정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11일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최근 글로벌 증시는 환영할만한 조정을 거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변동성은 종종 발생했다”며 “1주일 전 비교했을 때 6~9% 사이의 조정이 있었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각국 경제 성장률이나 기업의 수익등 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나 기업의 실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관측했다. 그는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유동성도 풍부하고 자금 조달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밥 프린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세계 주식시장이 새로운 변동성 시대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프린스 CIO는 “당분간 자본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며 “오랜 시간에 걸쳐 시장은 지나친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에 조정 국면은 며칠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견고한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추면 다시 시장이 쉽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변동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 세계적으로 통화 긴축의 속도가 높아지더라도 글로벌 경제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실물 경제는 금융 시장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의 브라이언 레빈 글로벌주식거래 공동책임자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시장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레빈은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정도 규모의 단기 급락세는 흔치 않았다”며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수익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커피출레이션(Capitulation)’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 시장에서 일어난 혼란은 단기 변동성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펀더멘털을 뒤흔들 더 광범위한 수준의 매도세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A.엘-에리언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이 심각하게 흔들린 게 아니라 알고리즘 기반의 기술적인 매도세가 지배적이었다”며 “지정학적 배경과 같은 익숙한 요인이 아니어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다 같이 성장하고 있고, 기업들은 강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이러한 조정은 거시 경제에 큰 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다음에 닥칠 약세장은 우리 생애 최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약세장을 맞을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 생애에서 최악이 될 것이다. 빚이 지금처럼 많았던 적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유가(WTI)는 전날보다 3.2% 급락한 배럴당 59.20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6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올들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