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이면 전국의 공기관이나 회사가 거의 동시에 점심시간을 맞는다. “점심이니까 가볍게 먹지 뭐.”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아침은 제대로 먹고 점심은 가볍게 먹거나 건너뛰고 저녁은 과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해 온 것 같다.
물론 요즈음에는 생활양식이 바뀌어 아침은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채 출근하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적당히 먹고, 저녁은 회식이든 집에서 먹든 ‘거하게’ 먹는 사람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가볍게 대강 먹는 대상은 점심이다.
점심은 ‘點心’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점찍을 점’, ‘마음 심’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한다면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즉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조금 먹고서 마음속으로 ‘먹었거니’ 하고 점을 찍는 게 바로 점심이다.
그러므로 현대 중국어에서는 아예 點心이라는 말이 간식(間食), 즉 영어의 ‘snack’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중국 당나라 때부터 사용했던 ‘間食’이라는 의미의 ‘點心’을 받아들여 아침과 저녁 사이에 먹는 ‘중간의 한 끼’라는 의미로 써온 것이 오늘에 이르러서는 서양의 ‘런치(lunch)’에 해당하는 말이 되었다.
중국 광동(廣東)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인 홍콩의 요리를 표현하는 말 중에 ‘얌차’와 ‘딤섬’이 있다. ‘얌차’는 ‘음차(飮茶 飮:마실 음, 茶: 차(tea) 다[차])’의 광동어 발음이고 ‘딤섬’은 ‘點心’의 광동어 발음이다. 飮茶, 즉 차를 마시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먹던 소형 물만두 모양의 간식, 즉 點心이 차츰 수백 종으로 진화하여 지금은 홍콩을 대표하는 요리가 된 것이다. ‘얌차’ 식당에서 ‘딤섬’을 먹는 것은 오늘날 홍콩관광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간단히 먹는 우리의 점심에는 빈곤 극복을 위한 ‘치열한 근검’이라는 의미가 진하게 담긴 것 같아 가슴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