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강남 아파트 불패 신화

입력 2018-02-13 06:00 수정 2018-02-1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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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위축 막으려는 부동산 종사자들의 장난질 설도 나돌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보면 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온갖 정부 처방책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지만 상승폭이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오름 폭이 크면 추락할 때의 파장 또한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닥쳤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당시 주택가격이 폭락해 대출금·전세가격 수준도 안되는 깡통주택이 속출했고 졸지에 집 때문에 가난뱅이가 돼 버린 수많은 하우스 푸어 등장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느냐 말이다.

상승 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그래서 매우 염려스럽다는 거다. 오름세는 끝없이 지속될 수 없다. 언젠가는 멈추게 돼 있다.

국내·외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주택 값이 오를 처지가 아니다. 심각한 실업률에다 일반 시장은 소비위축으로 침체의 골이 깊고 한반도 주변 정세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런 판에도 강남 아파트 시장은 독야청청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다.

강남4구의 아파트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폭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8.2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지난해 9월 하락세로 돌아서는 듯하다가 한달 뒤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다. 더욱이 오름세가 10월 0.53%, 11월 0.61%, 12월 1.74%로 계속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1월에는 3.16%까지 치솟았다. 이정도면 폭등 장세나 다를 게 없다. 2월 첫 번째 주(8일)의 상승률도 0.56%를 기록했다.

강남 아파트 값은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재건축 단지도 초과이익 환수로 인해 사업성이 확 떨어질 판인데도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가격이 너무 오른 일부 단지는 다소 진정되는 듯하나 전반적인 상승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경기 침체로 다들 어렵다고 야단인데 강남을 비롯한 몇몇 지역 아파트시장만 호황이다.

물론 주택경기는 국가 경제상황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침체기에도 집값이 오르는 사례가 없지 않아 일반 경제와 따로 놀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경기가 안 좋은데 주택가격이 급등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역 내 개발 이슈 등으로 일부 집값이 뛸 수 있으나 그런 입장이 아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쩌면 투기세력이 개입돼 인위적으로 집값을 부추기고 있는지 모른다는 소리다.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집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으면 탈이 나도 단단히 난 거다.

그렇다면 강남권 아파트 시장 호황 명분은 분명한가.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지만 그야 늘 있어왔던 사안이다.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이라던 강남 불패 신화도 국제금융 위기 이후 속절없이 무너졌다. 2010년부터 내리 4년간 하락 장세에서 허덕였다. 강남구는 그 기간에 무려 15.3%가 떨어졌고 송파구도 12.1% 하락했다. 강남 4구 평균치로 따지면 10.4% 빠진 것으로 나온다.

강남이라고 불경기 앞에는 용빼는 재주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부동산가에는 강남 불패 신화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값은 앞으로 더 올랐으면 올랐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왜 이런 말이 나오고 있을까. 여러 논거가 부동산가에 나돈다. 먼저 수급 불균형이다. 강남권에 새 아파트를 대량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데 반해 강남을 찾는 수요는 넘쳐난다는 해석이다. 여기다가 다들 새 집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제는 중소형보다 중대형 인기를 주제로 삼는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자들이 인기지역 중대형 아파트에 정신이 팔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남 아파트만큼 수익성이 좋은 상품을 찾기 힘들다는 논리도 등장한다. 강남 아파트는 한 번에 몇 억원씩 뛰다보니 그렇게 비춰질 수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강남 아파트에 묻어두려는 경향이 짙어 강남 불패 신화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논리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한 소리다. 일단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강남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적용되는 말이다.

강남 아파트의 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것도 과장돼 있다. 가격 대비 투자 수익률로 치면 가격이 비싼 강남권이 불리하다. 강남의 20억원 아파트가 6억원 오른 것과 강북의 5억원 짜리가 2억원 올랐다고 했을 때 강북 집의 수익률이 더 높다. 겉으로는 6억원 올랐다고 하면 깜짝 놀라겠지만 실상은 강북권 투자 수익률이 더 좋다.

이런저런 정황을 감안할 때 강남 불패 신화 설은 부동산업 관련 종사자들의 장난질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보이지 않는 세력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의 오름 장세를 잘 뜯어보면 순수한 개인 수요보다 세력화된 집단이 주도해가는 흔적이 역력하다.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은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기를 띄워야 자기들이 먹고 살 수 있다. 곳곳에서 투자 설명회가 열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이런 세력을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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