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DB 제조 계열사 자존심 지킬까

입력 2018-02-13 09:38 수정 2018-02-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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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옛 동부그룹)은 현재 그룹 매출액의 90% 가까이 DB손보, DB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서 내고 있다. 제조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로 나뉘어 있지만 사실상 금융그룹인 셈이다. 그러나 DB그룹의 모태는 1969년 설립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이다. 1990년대 들어서 금융과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농업 등 사업 다각화로 덩치가 커지면서 그룹 체계를 갖추게 된다.

한때 6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서열 10위권 그룹이었던 DB는 전 세계 금융 위기를 겪은 뒤에는 사세가 급격하게 꺾였다. 1조3000억 원을 들였던 동부제철 전기로 사업이 철강경기 불황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후 동부건설 등 비금융 계열사는 연쇄적으로 자금난을 겪었고, 산업은행이 사전적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익스프레스 등 제조업 주력 계열사들이 계열 분리됐다.

2013년 DB그룹은 국내 가전업계 3위인 대우일렉트로닉스(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했지만, 다시 5년 만에 대유그룹으로 넘기게 됐다. 대유그룹 지주사인 대유홀딩스는 지난 9일 동부대우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매출 1조 5000억 원대의 동부대우전자가 넘어가게 되면, DB 제조 계열사는 DB하이텍이 주력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를 제외하고 DB그룹에 남아있는 제조 계열사는 10곳이지만, DB하이텍과 DB메탈 정도를 제외하면 규모가 작다. DB하이텍이 DB 제조 계열사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DB하이텍은 오랫동안 적자에 시달렸지만, 2014년 흑자로 전환한 뒤 4년째 영업이익률 20%를 넘기고 있다. 이 회사는 시스템반도체 칩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전문 업체로,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사물인터넷 시스템반도체 시장 수요가 커진 것이 강력한 성장 동인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비메모리의 다품종 소량 수요가 증가할수록 파운드리 업체의 수혜폭은 더 커질 전망”이라며 “파운드리 시장은 싸이클 성향이 미미하고 IT 수요 증가에 따라 안정적으로 그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실적으로 지난해에는 1997년 창사 이래 20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순이익 1086억 원의 10%가 넘는 액수인 110억 원 규모다.

다만 최근 성장세는 경쟁 업체에 비해 좀 더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파운드리 시장전망 자료를 보면 DB하이텍은 올해 매출 6억7600만 달러를 올려 시장점유율 1.2%(세계 10위)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6억6600만 달러)보다 1.5% 늘어났지만, 중화권의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의 매출 증가율(6%~12%)과 비교하면 다소 뒤처진 수치다.

DB하이텍은 올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IoT(사물인터넷), VR(가상현실) 등 신규 성장 분야에 기술력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B하이텍에 대해 “전 세계 8인치 파운드리 업황 호조가 지속 중이어서, 올해 실적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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