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지방선거 전 공장폐쇄 결정 '외통수' ...정부, 카드 제한적 '당근책' 꺼내나

입력 2018-02-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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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GM, 자산실사 합의 했지만...부평ㆍ창원 공장 폐쇄 압박에 정부 고민 깊어져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군산공장 폐쇄를 통보한 곳은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나 그 상위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였다. 지난달에도 GM은 산은이나 금융위가 아닌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과 산자부 등을 통해 산은의 증자 참여를 요구했다. GM의 이번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한국 정부에 정치적인 결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읽히는 이유다.

정부는 전날(13일) GM과 산은을 통한 실사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산은이 1대 주주이자 국가 기간산업인 대우조선해양 등의 경우와 달리 한국GM의 손실을 덮어주는 것은 외국 기업의 부실에 공적자금을 사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로서는 자본 투입에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GM이 실사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보를 공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산은은 지난해 3월에도 주주감사권을 행사했지만 한국GM은 산은이 요청한 116개 자료 중 6개만 제출했다. 이사회 회의록 등 기본적인 자료들도 제공하지 않으며 사실상 감사를 거부했다.

특히 GM은 이달 말 신차 물량 배정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빠른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실사에는 최소 3~4개월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일단 가능한 지원 방안들을 제시하고 실사 후 합의점을 다시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이 더 유력한 협상 방안으로 꼽힌다. 실제 산업부는 한국GM 같은 자본잠식 기업에 회생 목적으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허가한 사례가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투지역에 입주한 기업은 5년간 법인세 또는 소득세를 100% 감면 받을 수 있다. 취득세와 재산세도 최대 15년까지 면제 받는다.

당근책 외에 정부가 GM에 혹독한 법적 조치를 취할지도 관건이다. 우선 산업은행이 자체 실사의 실효성에 또 다시 문제가 예상될 경우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할지 주목된다. 상법 제467조에 따르면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회사의 업무, 재산상태에 대한 검사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검사 청구는 회사가 업무 집행에 있어 부정행위를 했거나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지난해에도 산은은 주주감사 실패 이후 상법상 검사인 선임을 검토했지만 그 근거로 GM측에 부정행위나 법령·정관 위반 사항을 드는 데 부담을 느껴왔다. 그러나 군산공장까지 폐쇄된 상황에서 정부와 산은이 그간 논란이 돼 온 이전가격 등을 근거로 삼아 검사인 선임을 청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산은이 자금 투입을 앞두고 GM의 출자전환과 감자 등 최대한의 희생을 요구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의 2016년 말 기준 총차입금은 2조9704억 원으로 지난해에는 이보다 규모가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1조 원 이상은 GM이 출자전환으로 해소해야 정부가 유상증자 협상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별감리(혐의감리)도 정부가 GM을 압박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금감원, 산은,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한국GM에 대한 특별감리 착수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11년 비슷한 사례로 쌍용차에 대해서도 특별감리에 나섰지만 아무런 위반사항을 발견하지 못한 경험이 있어서다. 당시 금감원은 정치권의 부실감리 포화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GM이 군산뿐 아니라 부평과 창원 공장에 대한 구조조정·폐쇄 압박까지 나선 상황에서 채찍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비상장사 감리는 통상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진행함에도 현재 금융감독원이 한국GM의 재무제표를 점검하면서 연구개발비 과다계상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감리가 아닌 경우 금감원이 더 적극적으로 비재무적 부문의 부실까지 들여다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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