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7년 만에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경기 침체를 우려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캘리포니아주의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발언을 내놨다고 전했다. 그는 주 예산을 국회의원들에게 발표하는 자리에서 “경제의 불확실성과 침체, 후퇴, 어두운 기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2010년 이래로 미국 경제 성장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다. 그만큼 캘리포니아 지역의 경제가 미국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의 50개 주 중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주이기도 하다.
브라운 주지사는 경제가 좋았을 때와 좋지 않았을 때의 굴곡이 컸다는 점을 강조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1년 초반까지 이어진 닷컴 버블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캘리포니아 지역은 미국의 여타 지역보다 더 큰 고통을 받았다. 당시의 트라우마가 남아서 다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도 클 수밖에 없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캘리포니아주의 세수는 전년 대비 무려 19%나 감소했다. 미국 전체 주들의 평균 세수 감소치는 8%였다. 이후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주식 시장에서 나타나는 큰 변동성도 주 정부의 예산을 위협하는 요소다. 브라운 주지사가 재임한 2011년부터 현재까지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두 배가량 뛰었다. 브라운 주지사의 임기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후임이 누가 되더라도 주가 수익률이 브라운 주지사가 재임할 때보다 높기 어렵다는 의미다. 예산 압박으로 세율 인상 같은 안을 제안하면 주가 수익률이 높지 않은 가운데 더 큰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브라운 주지사는 이미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두고 소득세를 인상해 큰 반발을 얻었다. 스탠포드대학의 데이비드 크라운 공공 정책 전문 교수는 “그의 후임은 더 큰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며 “어려운 재임 기간을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후퇴기로 접어들면 곪은 문제들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NYT는 관측했다. 공립 학교에서 교사 연봉이 깎이고, 주 정부 서비스들이 재정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가 호황인 가운데도 캘리포니아의 빈부 격차와 임대료 상승으로 노숙자가 증가하는 문제 등을 안고 있었다.
다만 브라운 주지사는 최근 연설에서 낙관적인 내용도 담았다. 이번 예산안에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기꺼이 수용한 게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 경제 지속 연구센터의 스티븐 레비 소장은 “지역민들이 원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예산안에 담겼다”며 “올해 경제는 장밋빛일지 모르겠으나 이것이 계속되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운 주지사의 우려가 기우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중개 업체 월넛크릭의 에드 델 베카로 책임자는 “2017년 9월 나는 경기 침체가 머지않았다고 전망했고, 작년 10월에는 2018년 말 경기 침체 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지금 나의 견해는 북한이 공격하지 않는 한 앞으로 2년간 성장세가 계속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컨설팅 업체 비컨이코노믹스의 크리토퍼 쏜버그 애널리스트는 “올해나 내년에 경기 침체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브라운 주지사는 단지 지금 상황이 좋지만 언젠가는 경기 침체기가 올 것이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