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e too' 피해자에게 방패되기

입력 2018-02-19 09:48 수정 2018-02-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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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 똑같은 것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 최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하는 여성들이 잇따르고 있다. 사내 성폭력 문화를 직접 나서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여성은 "여자는 언제든지 성적으로 소비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여성은 "'오빠가 술 한 잔 줄게'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며 "업무가 어려울 때는 '미인계로 설득해봐라'는 등의 말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뒷모습이 너무 섹시해 따라왔다', '간부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라라'는 식의 말을 듣기도 했다.

여자들은 회사 내에서 일종의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는다. 업무와 무관하지만 좀 더 '젊어야' 하고, '예뻐야' 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온갖 성희롱 발언과 행동이 넘쳐난다. 노래방 회식에서 어깨동무는 애교다. 여성 직장인들의 외모 품평회는 술자리 단골 안주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A가 가장 예쁘다", "이번 기수 애들은 볼품이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당사자를 앉혀두고 외모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상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이후 사회 곳곳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하다. 시인 고은과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의 성추행 등 문화계에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는 계속 목소리를 내고, 가해자는 사과하고 처벌받기 시작했다.

미투 운동은 숨죽이고 있던 피해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항상 그랬듯 피해자의 성격과 옷차림 등에 대한 온갖 낭설이 퍼지기 시작해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할 때, 또 다른 피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방패가 되준다. 이는 그림자 속에 숨은 가해자의 모습을 드러내 사과와 처벌을 이끈다. 다만 이제 미투 운동을 넘어서 일상 속에서 이뤄지는 성희롱·성폭행을 없앨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피해자의 용기에 기대지 않고도, 가해자를 처벌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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