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출길 막히나…美 통상 공세에 정부·업계 ‘패닉’

입력 2018-02-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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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겨냥해 연일 미국이 강펀치를 날리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미국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이라는 ‘초강수’를 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을 다음 수입규제 대상으로 겨냥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상황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의 철강 제품에 강력한 무역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관세 53%를 부과하려는 12개 국가에 대미(對美)철강제품 수출 1위인 캐나다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독일, 영국 등 전통적인 우방 국가도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까지 상무부 권고안의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세탁기·태양광·철강뿐 아니라 반도체까지 번진다면 자칫 우리의 대미 수출길이 아예 막혀버릴 수 있다. 철강업계도 53%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된다면 사실상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은 2016년(374만358톤)보다 20만 톤 가까이 줄었고 고점이던 2014년보다는 절반가량 감소했다.

정부는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미국 정부와 의회를 향해 거듭 설득해왔지만, 이 같은 조치에는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내용이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보호무역 조치에 한국은 단골로 포함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구제 조치가 대부분 미국 민간기업들의 제소로 이뤄지는 데, 우리 기업들을 향한 기업들의 제소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한국이 단골 제재 대상이 되는 이유다. 미국 철강업체들이 232조 조사 과정에서 한국 철강업체가 중국산 강판을 강관으로 가공해 미국에 덤핑한다고 주장한 점도 상무부의 결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집중 고율 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수입이 줄자 그 공간을 우리 기업들이 채우면서 미국기업들의 제소가 증가하고 있다”며 “대미 수출 구조개선 등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못하면,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우리나라에 더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은 이 같은 수입규제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하는 기법인 AFA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AFA는 미 상무부가 제소를 당한 기업(한국)의 자료가 아닌 제소한 기업(미국)의 자료를 근거로 관세를 정하는 방식이다.

앞서 산업부는 미국이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하는 AFA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포스코에 대한 열연·냉연 상계관세 부과나 2016년 5월 도금강판 반덤핑 관세(47.80%)가 모두 AFA를 적용한 결과였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설 연휴 기간인 17일 포스코 권오준 회장, 현대제철 강학서 사장 등 업계 대표들과 긴급 모임을 갖는 등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산업부는 “최종 결정 전까지 민관이 함께 미국 정부, 의회, 업계를 접촉하고, 동시에 시나리오별 대미 수출 파급효과를 정밀 분석한 뒤 피해 최소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며 강력하게 대처하는 중국과는 대비된다. 중국 상무부는 17일 왕허쥔 무역구제조사국장 이름으로 담화문을 내고 “미국이 다자무역 규칙을 준수하기를 촉구한다”며 “미국의 최종적 결정이 중국의 이익에 영향을 준다면, 중국은 필요한 조처를 취해 스스로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미국의 최종 조치 결정 전까지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 검토, 신(新)남방 및 북방 정책 대상국 등 철강 수출선 다변화 노력을 병행키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원칙을 가지고 수입규제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수출 품목과 대상국을 다변화하고 전략적인 해외 진출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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