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3조 차입금 두고 떠나겠나”...정부·산은, 안일한 대응 화 키워

입력 2018-02-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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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에도 아무 조치 취하지 않아…자금지원 검토 압박 외엔 대안 없어

정부와 산업은행이 GM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이후 뒷북 감사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설마 차입금을 손실 처리하고 철수하겠느냐”는 안일한 인식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GM이 한국지엠에 빌려준 차입금 규모는 3조20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 금융자산에 해당하는 차입금을 모두 손실 처리해야 한다. 산은은 GM이 이 같은 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왔다. GM이 한국 시장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면 차입금 규모를 이렇게 키우지 않았을 것이란 논리다. 한국지엠이 관계사에서 빌린 차입금은 개별 기준 2012년 1조3868억 원에서 2017년 3조2000억 원으로 5년 동안 2.3배 늘었다.

하지만 GM은 정부의 예상과 달리 설 연휴 전에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결정했다. 이후 정부는 GM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투명한 실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 자체가 한발 늦었다는 것이 정치권과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 이전가격의 불공정성과 산은의 안일한 대응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후 정부와 산은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 역시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한국지엠 감사를 시도한 적이 없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GM은 다른 시각에서는 미국 정부와 동일시된다” 며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GM에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여러 당국을 동원해 조사를 벌이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은의 한국지엠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GM은 이미 군산공장 폐쇄로 일자리 측면에서 협상의 우선권을 쥐고 있다. GM의 예상 대응방안은 추가 공장 폐쇄,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과 지분매각, 철수로 예상된다. 철수한다고 해도 일부 자산이나 부지를 매각해 차입금 손실을 채울 수 있는 상황이다. GM의 자산 처분 가능성을 고려하면 한국지엠의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법정관리가 인가되면 자산이 동결되기 때문이다. GM이 산은과의 협약에 따라 철수를 하더라도 시설물을 그대로 남겨 둬야 한다는 것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산은은 협약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GM의 선택지는 구조조정·지분매각·철수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그동안 국회 등에서는 GM이 이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을 대비해 미리 감사를 진행하거나 회계장부를 감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군산공장 폐쇄 가능성은 2013년부터 거론됐다.

다만, 정부는 실사 이후 GM의 3조 원 증자 요청이 본격화될 때 감자와 출자전환을 요구할 방침이다. 대주주가 경영 부실에 책임을 져야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상하이차는 쌍용차 지분을 15대 1로 감자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GM은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도 요구하고 있다”며 “자본 잠식 상태인 한국GM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실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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