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지금] 한미약품, 임상 중단에 기습 공시…투자자들 “철렁”

입력 2018-02-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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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유효성 입증 어려워 류머티즘 치료제 임상 중단”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제공=한미약품
최근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로 곤혹을 겪은 셀트리온에 이어 한미약품까지 주식시장에서 출렁이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기술 수출한 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HM71224’의 임상 2상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설 연휴 직전인 14일 장이 종료한 후 오후 3시 51분경 ‘기습 공시’하면서 명절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HM71224’는 한미약품이 2015년 계약금 5000만 달러를 비롯해 단계별 기술료로 최대 6억9000억 달러(약 7360억 원)를 받기로 하고 릴리에 기술 수출한 신약 후보물질로, 생체 활성화 효소 ‘BTK’를 억제하는 면역 질환 치료제다. 류머티즘 관절염 등 면역 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되고 있었다.

이날 공시에서 한미약품은 릴리가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 중간 분석 결과,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상 중단으로 인한 계약금·단계별 기술료 반환 등 비용상 의무 사항이 없으며 중단된 신약 물질을 다른 질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협의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공시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신약개발 중 실패 사례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며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문화가 정착될 때 제약강국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모자랐다. 이날 공시 후 한미약품 주가는 장 종료 후 진행되는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10%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016년에 이은 ‘제2의 한미약품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졌다. 명절 연휴 동안 고스란히 투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발을 굴렀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이른바 ‘한미약품 사태’ 당시에도 공시 문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9월 29일 장 마감 후 미국 제약사 제넨텍에 1조 원대 기술수출을 한다는 호재성 공시를 내놓은 후 다음 날인 30일 장 시작 후인 오전 9시 30분께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8500억 원 규모의 폐암 신약의 기술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을 공시하며 ‘늑장 공시’ 의혹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은 사건이다. 당시 9월 29일 호재성 공시로 장중 65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한미약품 주가는 하루 만에 18% 이상 급락해 50만8000원에 마감한 데 이어 이듬해 초까지 쇼크가 이어져 20만 원대까지 하한가를 쳤다.

한미약품은 그후 천천히 신뢰를 회복하며 1년이 지난 올 1월 최고 63만 원 선까지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이번 연휴 전 ‘기습 공시’로 투자자들의 악몽을 되살리며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이번에 오해를 샀던 공시 시점에 대해서도 한미약품은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릴리로부터 임상 중단 통보를 받은 것이 14일 정오께다. 이후 절차를 거쳐 물리적으로 최대한 빨리 공시한 것이 15시 51분”이라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장 마감 후 공시가 진행되면서 혼란이 완화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약 개발은 시간이 많이 들고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영역”이라면서 “지나치게 주식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한미약품이 이룬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외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과 제약업계의 목소리는 엇갈린다. 허혜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신약 후보 물질을 기술수출했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도 그만큼 많다”면서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주요 9개 품목 중 중단 및 해지되었거나 반환된 3개를 제외하면 67%가 현재 임상 순항 중으로 성적이 비교적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2016년 쇼크로 한번 손상된 한미약품과 제약주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시 손상을 입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섞여 있다.

현재 비만·당뇨 분야의 대사질환,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분야에서 25개의 파이프라인을 운영 중인 한미약품은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당장 1분기에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신약에 대한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데 이어 3건의 전 임상 파이프라인이 신규로 임상 1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롤론티스’의 미국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중 흔히 있을 수 있는 과정으로, 한미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개발 과정의 어려움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한민국 최초의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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