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성폭행' 피해자의 배우 남편 인터뷰…"가해자가 멋대로 제보해 기사화"

입력 2018-02-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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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는 종신형, 가해자는 집행유예."

'필리핀 성폭행' 피해자 남편인 배우 A씨가 이같이 말하며 지인(가해자) B씨의 구형량에 불만을 제기했다.

20일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5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배우 A씨의 아내이자 피해자인 C씨는 "한 사람 인생과 가정을 파탄 낸 가해자에게 징역 1년 6개월은 양형 부당"이라며 탄원서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보도에 따르면 배우 A씨와 지인 B씨는 18년 지기다. A씨는 "10년 전 아내가 여자친구이던 때부터 지인을 봐왔다. 지인은 물론 그 부인과도 친분이 있어 넷이서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A씨는 "다른 지인들로 구성된 작은 모임이 있는데 그중 몇 명이 필리핀의 작은 골프장 회원이어서 매 겨울마다 여행 간다. 마침 2016년 지인 B씨가 필리핀에서 음식점 사업을 준비 중이어서 그의 2층 집에 아내와 딸을 데려갔다. 거기에 머물며 단기로 딸 공부도 시키고 아내와 휴가를 즐기려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앞서 보도된 바와 달리 기러기 부부가 아니었고 가족이 함께 필리핀에 머물고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건은 A씨와 B씨의 아내가 외출한 사이 벌어졌다. A씨는 "지난해 1월 제가 집을 비웠을 때 가해자가 '세상의 모든 시아버지가 사실 며느리를 여자로 보며 성관계하고 싶어 하지만 참는 것 뿐' 따위의 말을 했다더라"라며 당시를 설명했다.

사고 후 가해자는 황급히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A씨는 '가해자가 간 한국으로 가기 두렵다'는 아내의 말에 현지 리조트로 향했다. 가해자는 다시 필리핀으로 와 죽을 죄를 졌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리조트 앞으로도 찾아왔다. A씨는 "이성적으로 그를 만날 자신이 없었다. '죽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그를 만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와 경찰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가해자의 선고 공판 결과와 당시 언론 보도를 지적했다. A씨는 "제 아내는 성범죄를 당해 1차 피해를 받았고, 이후 지옥과 같은 1년을 보냈다. 검찰 구형량은 징역 3년이었음에도 초범이라는 이유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며 "선고 공판 다음날 새벽 한 언론사가 기사를 냈는데, 피해자 측인 제 아내와 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심각한 수준의 2차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가해자는 단지 '박 모 씨'라고만 표기돼 있고 나이는 무려 10살가량 잘못 표기돼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이자 일반인에 가까운 제 아내에 관한 나이, 이력은 물론 제 딸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며 관련 기사를 언급했다. 기사에 쓰인 A씨와 그의 아내에 대한 설명 일부로도 누군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A씨는 해당 보도가 가해자 측의 제보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내다봤다. A씨는 "선고 공판 전날 모르는 전화로 연락이 왔다. 받지 않았더니 아내한테 오더라. 여주 지방의 한 언론사 기자라며 '내일이 선고일 맞냐'고 묻더라"라고 전했다.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기자는 얼버무리며 대답을 피했다고. A씨의 아내는 "혹시 가해자 측에서 제보한 거냐"고 물었고 해당 기자는 이 역시 얼버무렸다. 이에 A씨와 그의 아내는 "관련 기사를 낼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튿날 선고 이후 다른 언론사에서 관련 기사가 나왔다. A씨는 "당사자 중 누군가의 명백한 제보가 있어야만 알아낼 수 있는 사안이며 기자가 했던 질문들과 뉘앙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용의 기사가 다른 언론사에서 등장했다"며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가해자는 앞서 '나이가 매우 어린 딸을 엄마와 함께 유학 보내고 기러기로 방치한 남편'으로 몰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현재 A씨의 아내 C씨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인 자신이 왜 평생 고통받아야 하냐며 괴로워하고 있다. A씨는 "성범죄자 '감형 요소'가 왜 그렇게 많은 건지 모르겠다. 감형을 구하는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내용의 탄원서를 받아서 형식적으로 반성문을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한다"며 "성범죄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 피해자가 죄책감을 가지는 나라"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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