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사태 해결 장기화 우려… 정부-GM, 대화 물꼬 텄지만 합의점 찾기 ‘산 넘어 산’

입력 2018-02-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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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 측과 제너럴모터스(GM)가 잇따라 비공개 면담을 추진하면서 한국GM 사태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다만 정부와 GM 간 의견차를 보이고 있어 사태 해결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만난다.

애초 GM 측에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으나 백 장관이 이날 오전(울산)과 오후(부산)일정이 있어 이 차관이 엥글 사장 등을 만나 한국GM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장소와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와의 회동도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국GM에 대한 28억 달러 상당의 신규 투자에는 조건부로 참여하되 27억 달러 상당의 출자전환 참여 요청은 거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등의 지금까지의 경영 부실은 GM이 책임지되, 장기투자 약속과 경영 견제장치 등이 충족되는 조건에서 GM의 신규 투자엔 참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출자전환은 지금까지의 부실을 처리하는 문제인데 산은이 한국GM의 경영부실을 책임질 이유가 없다”며 “산업은행이 17%의 보유지분만큼 증자에 참여하라는 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규 투자는 일종의 ‘뉴머니’인 만큼 정부와 산은이 일정 비율을 분담할 의지가 있다”며 “다만 이는 일정 기간 이상 GM이 한국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서약과 과거의 경영부실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GM이 진정성 있는 경영 정상화 계획을 내놔야 우리(정부)가 어떻게 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하루 전인 21일 엥글 사장은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을 찾아 1시간 반가량 이동걸 회장과 면담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이 회장이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정확한 실사를 요구하자 실사 리스트의 모든 항목에 대해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 전환을 맞는듯했다. 하지만 정부의 출자전환 거부와 함께 한국GM 이사회에서 거부권 행사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산은의 한국GM 지분율이 감소함에도 정부 측은 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구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GM이 한국GM 공장 지역을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해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이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문제 등을 따져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외투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연구개발시설 설립 등의 기본적인 조건을 GM 측에 안내 해줬다”고 말했다. 즉 GM 측이 연구개발 시설을 위한 추가 투자를 해야 하는데 GM 입장에서 선뜻 투자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실사 이후 돌발 변수도 있다. 실사 이후 새로운 변수가 나와 양측의 협상조건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이번 GM 사태는 단기적인 적자 해소가 아닌 구조조정 등 경영 정상화 방안에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담기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군산공장은 폐쇄해도 SUV 차량을 한국에서 생산해 세계 시장으로 수출하는 만큼 GM도 전체 철수엔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대체공장 건설을 위한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는 등 손해가 뒤따라 전체 철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가 여러 고민을 하되 끌려 다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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